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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부츠는 적셔야 제 맛이다.
겨울 부츠는 적셔야 제 맛이다.
1차 세계대전 파일럿이 먼저 신은 패션 부츠
1차 세계대전 파일럿이 먼저 신은 패션 부츠
2024.11.12
2024.11.12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2004년 화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배우 임수정이 선보인 스타일은 한국 여성들의 겨울 패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극중에서 착용한 신발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양털 부츠(시어링 부츠)’ 열풍이 시작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어링 부츠는 카이아 거버, 지지 하디드, 제니퍼 로페즈 등 해외 셀럽은 물론 국내 아이돌까지 꺼내 드는 힙한 겨울 필수템이 됐다. 특히 카이아 거버가 데일리룩에 매치한 어그(UGG) 부츠 스타일링은 SNS를 뜨겁게 달구며 전세계 120여 개국에서 약 1조 원대의 순매출을 기록했다.
요즘같은 날씨에 빠질 수 없는 패션 아이템인 시어링 부츠. 사실 이 부츠의 기원은 놀라운 곳에 있다.
전투기 조종석에서 태어난 방한화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왕립 비행단(Royal Flying Corps)의 ‘레이노 호커(Lanoe Hawker)’ 소령은 절박했다.
※ 왼쪽부터 레이노 호커 소령, 1차 세계대전 당시 호커 소령의 1611 브리스톨 스카우트(Bristol Scout) 전투기 (출처: Telegraph)
당시 전투기는 약 5,000미터 상공을 비행했고,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조종을 해야 했다. 압력이나 체온 조절 장치가 없었던 전투기에서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극한의 한기는 파일럿들의 가장 큰 적이었다.
호커 소령은 해결책으로 시어링 부츠의 원형이 된 '퍼그(FUG) 부츠'를 고안했다. 허벅지까지 오는 기장에 이중외피 양털을 덧댄 이 부츠는 전장의 파일럿들을 추위로부터 지켜냈다. 시어링 부츠의 시작이었다.
바닷물에 적셔도 따뜻했던 서퍼들의 신발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60~70년대 레저 산업이 발달하면서 시어링 부츠는 서핑의 메카 호주 시드니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서퍼들에게 시어링 부츠는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신기 좋은 신발이었다. 여름엔 파도타기 후 뜨거운 모래로부터 발을 보호해주었고, 양털의 뛰어난 온도 조절 능력은 겨울에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1973년 전설의 서퍼 ‘셰인 스테드맨(Shane Stedman)’은 어그(UGG) 부츠의 전신인 '어(UGH) 부츠'를 만든 장본인이다.
※ 셰인 스테드맨과 그의 여자친구 모습(이미지 1), 어그(UGG) 화보(이미지 2) (출처: Mirror.co.uk, Ugg.com)
신발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다. 셰인 스테드맨은 부츠를 벗었을 때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터져나오는 외마디 비명 'Ugh'를 상표명에 그대로 사용했다.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호주의 서핑 문화
“이 부츠는 분명 미국에서도 통할 거야!”
호주에서 서핑을 즐기던 회계학도 브라이언 스미스(Brian Smith)의 직감은 정확했다.
1978년 스미스는 호주의 시어링 부츠를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가져왔다. 말리부, 다나 포인트 등 서퍼들이 밀집한 해변가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에서 'UGG Australia'라는 상표권을 등록하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했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더 큰 변화를 불러왔다. 1995년 '데커스 아웃도어 코퍼레이션(Deckers Outdoor Corporation)'이 1,500만 달러(약 2,100억 원)라는 거금을 들여 어그를 인수한 것이다.
데커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셰인 스테드맨'에게 1만 파운드와 매년 3켤레의 어그 부츠를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UGH' 상표권까지 사들였다. 특히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쇼에서 직원 350명에게 어그 부츠를 선물하며 소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까지 상표권을 확보하며 오리지널 어그(UGG)의 입지를 다졌다. 대일밴드처럼 오늘날 다른 브랜드들이 '어그'라는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커스는 어그가 단순 방한화를 넘어 글로벌 패션 아이템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했다. 데커스는 어그를 패션쇼 런웨이에 세우고, 갤러리 디파트먼트(Gallery Dept.), 텔파(Telfar), 팔라스(Palace)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어그의 카테고리를 확장시켰다.
※ 뉴진스 하니와 함께한 어그 캠페인(이미지 1), 갤러리 디파트먼트(Gallery Dept.) 콜라보 캠페인(이미지 2) (출처: Ugg.com)
Y2K 감성으로 부활한 뉴 럭셔리
전쟁터와 서핑 해변에서 시작된 투박한 방한화는 21세기 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했다. Y2K 무드와 만나 젊은 세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 좌측부터 로제, 안유진, 제시카, 화사 (출처: @roses_are_rosie, @_yujin_an, @jessica.syj, @_mariahwasa)
특히 K-POP 아이돌의 일상룩에서 포착된 어그 부츠는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브랜드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시어링 부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MZ세대에게 시어링 부츠는 더 이상 '엄마의 방한화'가 아닌 '힙한 패션 아이템'이 됐다.
기원전 3300년, 태초의 시어링 부츠
파일럿의 방한화에서 서퍼들의 겨울 신발을 거쳐 패션 아이템이 된 시어링 부츠. 사실, 시어링 부츠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시작되었다.
1991년 북부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미이라이자 아이스맨이라고 불리는 '외치(Ötzi)'에 답이 있다. 아이스맨 '외치'는 털이 붙은 사슴 가죽 갑피(어퍼)에 곰가죽 밑창(아웃솔)을 이은 원초적인 형태의 시어링 부츠를 신었다. 흥미로운 점은 보온을 위해 신발 안쪽에 라임나무 섬유로 만든 양말을 착용하고 건초를 채워 넣었다는 것이다.
※ 오찌의 24FW 벌루니 컬렉션 화보
2009년 설립된 '오찌(OTZ)'는 기원전 3300년 '외치'가 신은 태고의 신발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오찌는 최상급 가죽과 캔버스, 코르크, 고무 등 엄선된 소재만을 사용하며 친환경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신발을 추구한다. 특히 원초적인 방한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찌 벌루니(OTZ Balloony) 컬렉션은 세련되면서 편안한 겨울 감성을 전한다.
올겨울 남들과 한 끗 다른 패션 방한화를 찾는 당신에게 눈여겨볼 브랜드로 오찌(OTZ)를 추천한다.
에디터 '배터리'가 추천하는 오찌 벌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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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우는 11월 18일 00:00까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