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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유니폼이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잇(it)템 졸업식] 훌리건은 유니폼을 벗었고, 명품은 유니폼을 입었다.
[잇(it)템 졸업식] 훌리건은 유니폼을 벗었고, 명품은 유니폼을 입었다.
2024.11.04
2024.11.04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축구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스타일링하는 신조어 ‘블록코어(Blokecore)’는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인스타그램에서 '블록코어'를 검색하면 1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이 쏟아져 나오고, 유니폼을 입고 도심을 거니는 사람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사내’를 의미하는 속어 블로크(Bloke)와 ‘평범한 것을 추구하는 패션’을 뜻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인 블록코어. 이 스타일은 1970년대 영국의 축구문화에서 시작되었다.
팀 구분을 위해 입었던 축구 유니폼이 오늘날 대중들의 패션 잇(it)템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세상에 나온 첫 유니폼:
팀 정체성이자 팬과의 연결고리
1870년대, 축구 유니폼은 단순히 상대팀과의 구분을 위해 탄생했다.
축구 역사 초반에는 선수들이 각자 다른 색상의 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나섰고, 1900년대에 이르러서야 팀별 고유의 색상과 로고가 유니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 1905년 레알 마드리드, 1950년 유벤투스, 1960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
흰색의 레알 마드리드,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의 유벤투스, 빨간색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팀 컬러는 곧 팀 정체성이자 상징이 되었고,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팀의 유니폼을 입으며 소속감을 드러냈다.
유니폼을 벗고 명품을 입은 훌리건
1960년대, 영국 남성들은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축구장 또는 펍에서 시간을 보냈다.
블록코어라는 용어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팬들은 유니폼을 패션으로 받아들였던 셈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등장한 과격 팬, '훌리건'들은 달랐다.
※ 영국 훌리건의 모습 (출처: dailymail, Getty)
훌리건 대부분은 빈곤 노동자 계층이었고, 그들은 무리해서라도 고가의 명품 브랜드 옷을 구입해 입었다.
훌리건들은 영국 정부에 대한 분노와 응원팀에 대한 강한 소속감을 폭력으로 표출했다. 이들은 잦은 폭력으로 경찰의 주시 대상이 되었고, 명품을 입어 단속을 피하고자 했다.
버버리(Burberry),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라코스테(Lacoste), 프레드 페리(Fred perry) 등은 훌리건이 선호한 브랜드였다. 특히, 스톤 아일랜드 자켓에 버버리 머플러는 훌리건을 상징하는 패션의 대명사가 되었다.
폭력적인 훌리건의 여파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버버리는 한동안 일부 상품 출시를 중단하기도 할 정도였고, 당시 명품 브랜드는 축구와 엮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스포츠 마케팅의 시작:
광고판이 된 유니폼
1980년대, 합성 섬유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유니폼에 기능성이 추가됐다. 또, 유니폼에 기업 로고를 새기는 스폰서십 시대가 시작되며 유니폼 디자인에 큰 변화가 도래했다.
가장 먼저 유니폼에 스폰서 로고를 새긴 축구팀은 1950년대 우루과이 리그의 클럽 '페냐롤'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 이르러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
(출처: 왼쪽부터 LG 공식 홈페이지, Getty)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자 기업들은 앞다투어 유니폼 스폰서십에 뛰어들었고, 스포츠 의류 브랜드는 기능성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축구장 밖 런웨이로 나온 유니폼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명품 브랜드도 유니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훌리건 문화 때문에 축구와 거리를 두었던 명품 브랜드들이 축구 유니폼을 재해석한 컬렉션을 런웨이에 세웠고, 예쁜 유니폼으로 주목받는 구단도 생기기 시작했다.
대중들이 축구 유니폼을 미학적으로 바라보고 소비하는 문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발렌시아가(Balenciaga), 구찌(Gucci), 마틴 로즈(Martine Rose)가 있었다. 특히, 발렌시아가가 23SS 시즌 배우 한소희와 함께 선보인 블록코어 스타일은 발매 직후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 왼쪽부터 발렌시아가, 마틴 로즈, 요지 야마모토의 Y-3 축구복 컬렉션 (출처: 발렌시아가, 마틴 로즈, Y-3)
이후, 뉴진스와 제니 등 셀럽들이 유니폼을 일상복처럼 매치해 다양한 블록코어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젊은 여성층 사이에서도 유니폼 스타일링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축구 유니폼의 패션화는 구단의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베네치아 FC'는 성적과 재정이 좋지 않은 중소 클럽임에도 감각적인 디자인과 스타일리시한 화보로 전세계적 팬덤을 확보하기도 했다.
* 세리에A: 이탈리아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베네치아 FC 유니폼 화보 (출처: 베네치아 FC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축구 유니폼은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링의 아이콘이 됐다. 이번 주말 축구 경기에 맞춰 블록코어 스타일링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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