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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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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온(溫)에어] 고려인 동포 한부모의 오늘과 내일
[마음 온(溫)에어] 고려인 동포 한부모의 오늘과 내일
2024.11.01
2024.11.01
Editor 햇살한줌
[마음 온(溫)에어]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로 마주하는 우리 주변의 진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는... 살아남을 거야"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가 내뱉은 이 한마디는, 단순한 대사가 아닙니다.
낯선 땅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던 그녀의 의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고려인 동포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들이 매일 아침 자녀들을 위해 되뇌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뿌리를 찾아, 그러나 흔들리는 삶>
"한국에서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빅토리아(가명, 28세) 씨는 6년전 한국행을 결심했던 순간을 떠올립니다.
한국에서 일하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고려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안고 찾아온 한국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희망적이었습니다. 엄마와 고려인 동포들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아 가는 듯 했고,
결혼과 출산으로 자신만의 가정도 꾸렸습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출산 후 시작된 남편의 폭력, 홀로 감당해야 했던 아이의 선천성 심장병 수술비, 그리고 이어진 이혼 소송까지.
그녀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꿈꾸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이혼 소송을 시작하고, 새 집을 구하면서 모은 돈은 바닥났어요"
새출발을 위해 빌린 보증금 300만원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더구나 선천성 심장병을 안고 태어난 아들 유리(가명)의 수술비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내 아이만큼은..."
빅토리아 싸는 필사적으로 자립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육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밤 늦게까지 공부하고, 파트타임 일을 찾아 나섰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월세와 식비, 공과금, 어린이집 비용은 끝없이 불어났습니다.
통장 잔고 140만원으로 한 달 어린이집비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다음 달은 막막했습니다.
※ 빅토리아 씨 아들 유리(가명)의 심장병 수술 당시 사진
<아이들이 제발 아프지 말게 해달라는 엄마의 기도>
또 다른 고려인 동포 한부모의 사연이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일도 못 나가요. 일을 못 나가면 월급이 깎이고... 그러다 보니 병원비는 커녕 생활비도 빠듯해지죠."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따냐(가명, 30세) 씨의 이야기입니다.
6년 전, 세살배기 아이를 안고 한국 땅을 밟은 그녀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품었습니다.
한 남자를 만나 둘째까지 얻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홀연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일용직으로 겨우 받는 월 130만 원의 급여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통장이 압류되고, 아이들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일이 있을 때만 나갈 수 있어요. 한 달 수입은 130만원 정도에요"
공장 일용직으로 일하는 따냐 씨의 수입으로는 월세와 관리비, 어린이집 비용을 감당하기도 빠듯했습니다.
특히, 고려인 동포라는 이유로 보육 지원에서 제외되어 어린이집 비용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어려운 생활 중에도 따냐 씨는 자녀들의 건강보험료만큼은 한 푼도 밀리지 않았습니다.
아이 당 2만 3천원, 매달 꼬박꼬박 내는 보험료는 자녀들을 향한 그녀의 애틋한 모정이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건강보험료는 미뤄야 했고, 190만원의 체납금이 쌓이면서 결국 통장이 압류되었습니다.
월세와 식비, 공과금, 어린이집 비용은 끝없이 불어났습니다.
통장 잔고 140만원으로 한 달 어린이집비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다음 달은 막막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현실>
통계는 차갑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는 약 8만 5천명. 이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려인 동포 한부모 가정의 70%가 월 200만 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합니다.
조사 대상 가정의 80%가 월세에 거주하며, 이 중 절반은 보증금 500만원 미만의 저가 주택에서 생활합니다.
의료 사각지대도 심각합니다. 건강보험 체납률이 일반 가정 대비 3배 이상 높으며,
특히 한부모 가정의 경우 의료비 부담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망의 손길, 그리고 내일>
이랜드복지재단의 'SOS위고' 사업이 빅토리아 씨와 따냐 씨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씨는 밀린 보증금을 갚고 아들의 심장 수술 예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따냐 씨는 155만원의 생계비 지원으로 두 달치 월세와 어린이집 비용, 체남 분할납부금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동포비자로 체류 중인 빅토리아 씨는 내년 영주비자 취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제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한국에 오는 다른 동포들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위기 가정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타임'입니다.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 사업이 3일 이내 신속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적시의 도움이 한 가정의 미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선자가 그랬듯, 빅토리아 씨와 따냐 씨도 끝내 살아남을 것입니다.
아니, 이제는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들의 곁에 우리가 함께 있다면, 그 길은 더욱 든든할 것입니다.
💡 골든타임의 중요성
위기가정은 조금의 시간만 있다면 스스로 살아갈 힘을 회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위기가정이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죠. 이들이 '다시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것이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예요. SOS위고는 위기가정 발생 시 3일 이내, 긴급한 상황에는 24시간 이내에 빠른 지원을 하고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