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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봄의 맛

겨울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봄의 맛

입춘 : 봄을 알리는 나물 음식 곤드레부터 쑥 디저트까지

입춘 : 봄을 알리는 나물 음식 곤드레부터 쑥 디저트까지

2025.02.05

2025.02.05


 

Editor 은은한조명
[구르망 유니버스]
 

입춘

양력 2월 3일 또는 4일, 입춘(立春)은 겨울을 지나 봄이 시작되는 첫 번째 절기로, 24절기 중 하나입니다. 이 시점부터 태양의 기운이 강해지면서 낮이 길어지고 따뜻한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죠. 농경사회에서는 입춘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겨 한 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날로 삼았습니다.


 

©Van Waffle

입춘은 단순히 절기의 변화뿐만 아니라, 겨울의 긴 어둠을 지나 생명의 기운이 깨어나는 순간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입춘은 '희망과 기운이 돋아나는 날'이라고도 불리죠.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들은 입춘을 맞이하며 한 해의 복을 기원하고 다짐을 새롭게 했습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을 맞아 큰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말로, 조상들은 입춘이면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며 나물을 먹고 입춘절식을 즐기는 풍습을 이어 왔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입춘이면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요리를 지어 먹으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릅니다. 영화는 도시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혜원이 끝없는 시험과 면접에 지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혜원은 추운 겨울 어느 날, 고향으로 내려오죠. 계절은 변하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혜원은 조용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입춘이 되며 혜원은 부엌으로 나서 겨울을 이겨낸 식재료로 따뜻한 한 끼를 준비합니다. 그녀는 마당에 쌓아 둔 배추를 꺼내 큼직하게 찢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부침가루 반죽을 묻혀 지글지글 기름 두른 팬에 부쳐내죠. 노릇하게 익어가는 배추전에서는 고소한 향이 퍼지고, 바삭한 겉면과 달큰한 배춧잎의 조화가 입안 가득 번집니다.

그녀는 막 지져낸 배추전을 한입 베어 물고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조용한 고향에서의 안온한 하루와 사계절을 보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To See, Remember & Keep

한국의 입춘 나기 - 봄나물 음식

이처럼 음식 문화에서 입춘은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봄나물을 먹으며 새로운 기운을 받아들이는 풍습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냉이, 달래, 미나리를 먹으며 입춘을 맞이했습니다. 봄나물은 추운 겨울을 견디고 땅에서 올라온 생명력이 가득한 음식이며,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봄의 향기를 담은 '달래장 비빔밥'


 

달래장 ©우리의 식탁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가 달래장 비빔밥입니다. 달래는 봄철 대표 나물로, 마늘과 비슷한 알싸한 향이 특징이며, 겨우내 부족했던 활력을 채워주는 영양 가득한 식재료죠. 따뜻한 밥 위에 잘게 썬 달래를 올리고, 간장에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살짝 더한 달래장을 곁들이면 봄의 기운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즐기는 봄 :곤드레 나물 솥밥

현대의 한식은 더 간편하고 다양해졌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성을 들인 듯한 한 끼를 손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즉석 가정간편식(HMR)과 다양한 레토르트 제품들도 많아졌습니다. 봄나물부터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고소한 나물과 재료를 활용한 솥밥은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향긋한 곤드레 나물을 듬뿍 넣어 구수한 맛과 향을 살린 솥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식 뷔페로 자리 잡은 자연별곡에서 맛보는 따뜻한 한식을 집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부드럽게 지어진 밥알 하나하나에 곤드레의 깊은 풍미가 스며들어, 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곤드레밥 ©자연별곡

쑥을 활용한 디저트

©공간의 기록,박대리의 끄적끄적,쩡이블로그

봄철을 맞아 쑥을 활용한 독특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들도 생겨났습니다.

내자상회는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간직하고 서울 서촌에 자리한 곳으로, 전통적인 맛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봄의 대표 메뉴 중 하나로 쑥 크림이 올라간 쑥절미 카스테라와 팥 크림이 어우러진 쑥라떼가 있습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쑥절미 카스테라'는 폭신한 카스테라 시트 사이에 은은한 쑥 크림을 듬뿍 채운 디저트입니다. 입안에 넣으면 먼저 부드러운 빵의 촉촉함이 퍼지고, 곧이어 쑥 특유의 쌉싸름한 향이 밀려옵니다. 마치 쑥떡을 한입 베어 문 듯한 담백한 고소함이 느껴지면서도, 카스테라의 부드러운 질감이 어우러집니다.

'쑥라떼'는 이곳에서 놓칠 수 없는 메뉴입니다. 거품이 가득 올라간 따뜻한 우유 속에 깊게 우린 쑥이 녹아들어 한 모금만으로도 봄날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쑥 본연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한약재 같은 강한 맛이 아니라 부드럽게 감도는 자연스러운 단맛이 인상적입니다.

- 쑥절미 카스테라 12,000원
- 쑥라떼 7,000원

입춘. 봄이 시작된다는 뜻이지만, 아직은 손끝이 시릴 만큼 찬 공기가 가득한 날입니다. 그렇지만 계절의 변화는 작은 순간 속에서 서서히 느껴집니다. 따뜻한 솥밥 한 그릇에 깃든 구수한 곤드레 향, 한입 베어 물면 퍼지는 쑥 디저트까지 안온한 하루, 그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