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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자연이 만든 최고의 울

혹독한 자연이 만든 최고의 울

피터 스콧 &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 스코틀랜드 니트웨어의 자부심

피터 스콧 &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 스코틀랜드 니트웨어의 자부심

2025.01.14

2025.01.14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혹독한 자연이 빚어낸 스코틀랜드의 유산, 울

스코틀랜드 울이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거친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쓸어가는 거친 바람과 차가운 비. 이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양들은 더욱 조밀하고 탄탄한 섬유질을 지닌 털을 가지게 된다. 자연스레 세계에서 가장 견고하고 따뜻한 울이 탄생했다.


 

스코틀랜드 자연 © Peter Scott

이제 오랜 세월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스코틀랜드의 대표 니트웨어 브랜드들을 만나보며, 그들이 지켜온 장인정신의 가치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147년 전통의 니트웨어 명가, 피터 스콧(Peter Scott)

왼쪽부터, 피터 스콧 브랜드 창업자 Peter Scott(1852~1925), 브랜드 로고 © Peter Scott

1878년,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하윅(Hawick)에서 한 니트웨어 브랜드가 탄생했다. 슬리트리그(Slitrig) 강과 테비오트(Teviot) 강이 만나는 이 비옥한 땅은 천혜의 환경을 자랑했다. 마을 언덕의 푸른 목초지는 최상급 양모를 제공했고, 빠르게 흐르는 두 강줄기는 방직 기계의 동력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피터 스콧(Peter Scott)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설립 초기, 브랜드는 울 소재 이너웨어와 양말 제조에 집중했다. 중앙난방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보온을 위한 니트 속옷은 일상의 필수품이었다.


 

1893년 피터 스콧 공장 © Peter Scott

1893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버클루치 스트리트의 더 큰 공장으로 이전했다. 1898년에는 스코틀랜드 기업 최초로 '방축 가공' 기술을 개발해 울 소재 이너웨어의 세탁 후 수축을 획기적으로 방지했다.

이러한 혁신은 곧 빛을 발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대용 제품 생산을 전담했으며, 1914년에는 어니스트 H. 섀클턴(Ernest H. Shackleton)남극 탐험대에 제품을 공급하는 영예를 안았다.

초기 페스코 광고 캠페인 © Peter Scott

20세기에 접어들며 브랜드는 아우터웨어스포츠웨어로 영역을 넓혔다. 처음에는 '페스코(Pesco)'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선보였지만, 후에는 창업자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채택하며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오늘날 피터 스콧은 라마, 실크, 울-실크, 램스울, 질롱, 메리노, 캐시미어, 라모라, 면, 셰틀랜드 등 최고급 소재만을 엄선해 사용한다. 14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품질과 장인정신으로 스코틀랜드 니트웨어의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니트 기업으로 거듭난 어부의 브랜드,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Harley of Scotland)

1929년,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피터 할리 부캔(Peter Harley Buchan)이 설립한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Harley of Scotland)는 3대에 걸쳐 섬유 제조의 전문성을 이어온 가족 경영 기업이다.

왼쪽부터, 피터 할리 부캔의 초상화, 브랜드 로고 © Harley of Scotland

피터헤드(Peterhead)의 퀸 스트리트, 옛 청어 어장을 개조해 세운 공장은 오늘날까지 브랜드의 심장부로 자리하고 있다.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공장 © Harley of Scotland

처음에는 지역 어부들을 위한 양말과 담요를 만들었다. 1930년대 중반, 프리미엄 피셔맨 건지(fisherman's gansey) 스웨터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브랜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 화보 © Harley of Scotland

페어아일 니팅 기법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은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북동부와 북부 제도의 자연 경관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들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최고급 천연 원사 사용윤리적 생산 방식은 브랜드의 변함없는 신념이다.

2016년, 한국 시장 진출은 브랜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일본에 이어 한국이 주요 시장으로 자리잡으며,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현재는 중국과 스칸디나비아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색하는 한편, 9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품질, 신뢰, 혁신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현대의 유산

두 브랜드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것은 바로 장인정신이다. 원료 선별부터 편직, 후가공까지 모든 과정에서 타협을 모르는 장인들의 고집이 브랜드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최신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적 제작 방식의 가치를 지켜온 이들의 철학은 스코틀랜드 니트웨어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되고 있다.


 

© Harley of Scotland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단순한 의류 소비를 넘어 브랜드의 진정성헤리티지에 주목한다. 피터 스콧과 할리 오브 스코틀랜드는 수백 년을 이어온 스코틀랜드 울 생산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살아있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한 두 브랜드. 이들은 패션계의 든든한 조타수로서 신생 의류 브랜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