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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만에 나온
단일시즌 61홈런 ‘청정’ 타자
61년 만에 나온
단일시즌 61홈런 ‘청정’ 타자
애런 저지 : 오타니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의 16번째 주장
애런 저지 : 오타니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의 16번째 주장
2025.01.12
2025.01.12
Editor 송치훈 기자(동아닷컴)
[MLB 파크]
스포츠 전문 기자 경력 10년, 야구 찐팬 경력 30년, 야구에 진심인 그만의 시선으로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메이저리그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해당 콘텐츠는 Eland Museum의 특별한 소장품으로 MLB Park와 함께 제작하는 기획 콘텐츠 입니다.
2022년 9월 28일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 양 팀이 3-3 동점으로 맞선 7회 1사 1루 상황에서 등번호 99번을 단 거구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 안 모든 사람들의 기대감 높은 시선이 그를 향했다.
4개의 파울 타구가 나오며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토론토 투수 팀 마이자는 8구째로 싱커**를 선택했다. 찰나의 순간 투구 궤적을 인식한 타자는 힘차게 배트를 돌렸고, 3만 7008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풀카운트: 볼 카운트가 3볼-2스트라이크가 된 상황으로, 다음 투구에서 볼이면 4구, 스트라이크면 삼진이 되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
** 싱커: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구질의 투구
배트에 맞은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갔고, 등번호 99번 타자는 여유롭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 홈런으로 시즌 61번째 홈런을 기록하면서 1961시즌 로저 매리스의 팀 최다 홈런 및 아메리칸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과 61년 만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이 타자의 이름은 애런 저지.
*아메리칸리그: 메이저리그를 구성하는 두 개의 리그 중 하나로, 내셔널리그와 함께 메이저리그의 양대 리그를 이룸
21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전에서 저지가 60홈런을 기록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기록적인 61호 홈런 볼의 판독을 위해 저지의 타석에서는 따로 표식을 해둔 공을 사용했다. 이후 8경기 만에 터진 저지의 61호 홈런 볼은 담장 너머 벽을 맞고 토론토 불펜*으로 떨어졌다.
*불펜: 경기장에서 투수들이 몸을 풀고 대기하는 공간
외야 관중석 첫 줄에 있던 몇 명의 팬이 글러브를 내밀었지만, 누구도 타구를 잡지 못했고, 저지의 시즌 61호 홈런 볼은 불펜에 있던 맷 부시맨 토론토 코치의 손에 들어갔다. 그는 이 공을 양키스 투수 잭 브리튼에게 넘겨줬고, 브리튼은 저지에게 홈런 볼을 건넸다. 이후 저지는 이 공을 어머니 패티 저지에게 선물했다.
저지는 이날 이후 1개의 홈런을 더 추가하면서 2022시즌을 홈런 62개로 마감하며 아메리칸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저지 이전까지 베이브 루스, 로저 매리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가 있었다. 하지만 본즈, 맥과이어, 소사는 약물 시대 타자로 기록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저지의 2022시즌은 61년 만에 나온 '청정 60홈런 타자'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또 저지는 2017시즌 52홈런, 2022 시즌 62홈런, 2024시즌 58홈런으로 커리어 통산 3번의 50홈런 시즌을 기록하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50홈런 시즌을 가장 많이 기록한 횟수는 4회다. 청정 타자 중에서는 베이브 루스 단 1명뿐이고, 약물 선수를 포함해도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까지 3명에 불과하다.
2022시즌을 마친 후 저지는 2년 연속 아메리칸 리그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커리어 첫 MVP의 영예도 안았다. FA** 자격을 취득한 후 타 팀으로의 이적 루머도 돌았지만 결국 양키스와 9년 3억 6000만 달러의 거액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팀의 프랜차이즈로 남게 됐다. 또 데릭 지터의 은퇴 이후 8년 간 공석이었던 양키스의 주장으로도 선임됐다.
*실버슬러거: 각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
**FA: Free Agent의 약자로 구단과의 계약이 만료되어 자유롭게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는 자격
120년 이상의 양키스 구단 역사에서 영구결번은 총 23명이 나왔다. 주장을 역임한 선수는 단 16명으로 영구결번 수보다 더 적다. 특히 베이브 루스 이후로는 저지까지 단 9명만 양키스 주장이라는 영예를 누렸을 정도로 양키스에서는 어쩌면 영구결번보다도 더 어려운 것이 캡틴이라는 자리다.
현재는 양키스의 캡틴이자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뒤를 잇는 양키스의 간판급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저지이지만 2013년 양키스의 지명을 받은 후 2016년에야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고, 이 시즌 27경기 타율 0.179, 15안타, 4홈런, 10타점 등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저지는 지금도 휴대폰 배경화면에 이 시즌의 타율인 0.179를 적어두고 수시로 이를 보면서 각오를 다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루키 시즌이 된 2017시즌 저지는 155경기에서 타율 0.284, 52홈런, 154안타, 114타점, 출루율 0,422, 장타율 0.627, OPS* 1.049 등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루키 시즌에 50홈런을 넘긴 것은 2017시즌의 저지가 최초였다.
*OPS: 출루율(On-base percentage)과 장타율(Slugging percentage)을 합친 종합 타격 지표
데뷔 이후부터 양키스를 대표하는 선수로 꼽혔던 저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메이저 리그 전체 유니폼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2시즌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선수 반열에 올랐다.
현재 아메리칸리그 MVP 2회, 행크 애런 상* 2회, 실버 슬러거 4회, 올스타 6회, 신인왕, 홈런왕 3회, 득점, 타점, 출루율, 장타율 타이틀 2회 등 화려한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저지는 현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의 유일한 대항마로 언급되기도 한다.
*행크 애런 상: 각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
단일 시즌 WAR* 커리어 하이가 fWAR** 11.2, bWAR*** 10.8 등 프라임타임 임팩트로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거론될 정도의 임팩트를 선보였으며, 2024시즌을 마친 현 시점 통산 WAR도 fWAR 51.4, bWAR 52.2로 오타니보다 우위에 있다. 또한 비율 스탯에서도 OPS+**** 및 wRC+***** 173 등을 기록하면서 마이크 트라웃을 제치고 현역 선수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WAR: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종합 지표
**fWAR: FanGraphs에서 계산하는 WAR 지표
***bWAR: Baseball Reference에서 계산하는 WAR 지표
****OPS+: 리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상대적인 OPS 수치를 나타내는 지표
***** wRC+: 리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상대적인 득점 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투수들의 구속 상승 흐름 이후 전체적으로 타자들의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저지만은 홀로 약물 시대의 강타자들과 비견될 만한 타격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2024시즌에도 홈런 개수(58개)를 제외하면 2022시즌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2022시즌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다만 포스트시즌 활약이 정규시즌에 비해 턱없이 부진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2024시즌에도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저지가 다저스의 우승에 일조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나이가 늦었고 부상에 시달리며 풀 시즌을 치르지 못한 적이 많아 연차에 비해서 누적 기록은 다소 부족한 편이지만 최소 경기 300홈런을 기록하는 등 홈런 페이스가 매우 빠른 편이며 임팩트가 강렬한 시즌이 많아 명예의전당 입성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담으로 저지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웨인 저지, 패티 저지 부부에게 입양된 저지는 형제 중에 한국에서 입양 된 형이 있다. 이 때문인지 과거 양키스 마이너 팀에 있던 한국 선수 박효준은 미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저지가 먼저 다가와서 친해졌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4회초에 사용된 공이라는 표식인 ‘T4’라는 문구와 4회초 저지의 타석에서 이 공이 사용되었음을 인증하는 MLB 인증 홀로그램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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