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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기록, 폭력에서 희망으로 걸어온 4년
열여덟의 기록, 폭력에서 희망으로 걸어온 4년
자립준비청년 : 혼자가 아닌 ‘함께’로 시작된 변화
자립준비청년 : 혼자가 아닌 ‘함께’로 시작된 변화
2025.01.02
2025.01.02
Editor 햇살한줌
[마음 온(溫)에어]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로 마주하는 우리 주변의 진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영화 《완득이》의 이 대사처럼, 열여덟 박다온(가명) 씨에게도 그런 시간과 누군가가 절실했습니다. 폭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일상에서, 그녀의 새로운 시작은 한 멘토의 따뜻한 손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멈춰버린 숨, 시작된 새로운 희망
"작은엄마가 술에 취해 제 목을 조르던 날, 정말 죽을 뻔했어요. 숨도 못 쉬었죠. 며칠 뒤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그때 죽었어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온 씨는 그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찾아간 작은아버지 집은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습니다. 무자비한 폭력과 폭언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통금시간을 1분이라도 어기면 한밤중에도 거리로 쫓겨나야 했습니다.
"3일간 노숙을 하다가 학교 상담 선생님께 털어놓았어요. 그제야 쉼터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깊은 어둠 속 만난 따뜻한 빛
다온 씨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온 건 교회에서였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교회는 그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었습니다. 특히 교회 고등부 교사로 만난 정민하 멘토는 그녀의 삶을 바꿔놓은 소중한 인연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온이가 쉼터 선생님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눈에 다온이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에 맞춰 멘토링을 시작하게 됐죠."
10년의 약속, 새로운 시작
멘토링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10년이라는 긴 여정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 멘토링을 시작할 때부터 10년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시작하면 책임져야 하는데, 과연 내가 10년 동안 이 책임을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정 멘토의 이런 결심은 쉼터에서도 특별한 사례였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멘토가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헌신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의지하는 정민하 멘토와 다온 씨
시행착오와 성장의 순간들
자립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적장애 3급인 다온 씨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지난 8월에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 멘토의 세심한 지도로 이제는 가계부도 쓰고, 충동구매도 줄이며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자립해 나가는 다온 씨의 모습
매주 화요일 밤 9시,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이 이어집니다. 집 구하기, 직장 연결 등 큰 결정은 함께하되, 일상적인 부분은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2023 청년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3천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멘토의 도움 없이 홀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중 40%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30%는 심리적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꿈을 향해
"처음엔 '싫어요', '안 해요'라는 말만 하던 아이였어요. 그게 경험 부족에서 오는 두려움이었죠. 이제는 '해볼게요', '이게 좋을까요?' 하며 의견을 내요."
현재 발달장애인 사회적 협동조합 '꿈꾸는 느림보'에서 일하는 다온 씨는 내년이면 대학교 새내기가 됩니다. 더 큰 꿈도 생겼습니다.
"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고 싶어요. 강연도 해보고 싶고요. 제가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로 풀어내서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함께'이기에 가능한 내일
이랜드재단의 생계비 지원과 비영리단체 '선한울타리'의 도움도 다온 씨의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정 멘토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듯, 자립준비청년 한 명의 성장에도 사회 구성원 모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좋은 엄마가 되는 게 꿈이에요."
다온 씨의 마지막 말에서 희망이 묻어났습니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는 제가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홀로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다온 씨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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