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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전투복으로 탄생한 더플 코트
해군 전투복으로 탄생한 더플 코트
오아시스 재결합 소식에 역주행하는 떡볶이코트
오아시스 재결합 소식에 역주행하는 떡볶이코트
2024.12.23
2024.12.23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더플 코트는 1·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의 방한복에서 시작해 오늘날 K-POP 스타들의 공항패션으로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브랜드 글로버올(Gloverall)은 고도로 숙련된 장인들이 최고급 울 소재만을 고집하며 더플 코트를 만드는 영국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다.
최근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과 함께 다시 한번 주목받는 글로버올 더플 코트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자.
영국 해군의 생존템에서 시작된 이야기
더플 코트의 기원은 벨기에 앤트워프 남쪽의 작은 도시인 더플(Duffel)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지역에서 나오는 두꺼운 울 소재를 사용해 만든 외투가 더플코트의 시초다. 이후 세계대전에서 영국 해군의 방한복으로 채택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880년대, 영국 해군은 선원들을 위한 방한복으로 더플 코트를 채택했다. 해군 모자 위에 쓸 수 있는 넉넉한 후드와 두꺼운 장갑을 낀 채로도 쉽게 여밀 수 있는 토글 단추는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완벽한 선택이었다.
전쟁 후 남은 더플 코트 재고는 1951년 글로버올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민간에 공개되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버올은 '몬티', '모리스' 등 대표 더플코트 라인을 출시하며 군용 방한복을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장교 몽고메리(Montgomery)의 별명을 딴 '몬티'는 오늘날 글로버올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오아시스가 사랑한 글로버올, 90년대를 휩쓸다
1995년은 글로버올 역사의 터닝포인트였다. 오아시스의 2집 앨범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싱글 '롤 위드 잇(Roll With It)' 앨범 자켓에서 밴드 멤버들이 글로버올 더플 코트를 착용하고 등장한 것이다.
오아시스 멤버들이 착용한 글로버올 '모리스(Morris) 더플 코트'는 단순한 코트가 아니라 당시 밴드 문화를 상징하는 오브제와 같다. 강인하면서 우아함을 추구하는 밴드의 컬러와 70여년 역사를 지닌 글로버올 헤리티지가 잘 어우러져 록음악 팬들의 뇌리에 박힌 것이다.
리암 갤러거가 당시 착용한 '모리스 더플 코트'는 현재 리버풀 '브리티시 뮤직 익스피리언스(British Music Experience)' 박물관에 영구 전시 및 밴드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오아시스는 더플 코트뿐만 아니라 피쉬테일 파카, 아디다스 스니커즈 등을 불티나게 만든 90년대 대표 인플루언서였다. 특히 1960년대 초 자유와 개성을 갈망하는 젊은 세대의 패션 '모즈 룩(Mods Look)'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3040세대에겐 교복템, 잘파세대에겐 뉴진스 공항룩?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국내에서는 더플 코트의 토글 단추가 떡볶이처럼 생겼다 하여 '떡볶이코트'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28.8%라는 시청률을 올린 2002년 인기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착용해 화제를 일으켰으며, 90년대생들이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교복위에 입는 등 아이템으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더플 코트가 남녀노소, 격식 및 캐주얼 경계 없이 어디에나 멋 내 입을 수 있는 다용도 겨울 외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였다.
최근에는 에스파 카리나,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 등 국내 셀럽의 데일리룩으로 주목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아시스, 겨울연가, 아이돌까지 국경과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더플 코트. 한파 속에서도 클래식한 멋을 잃지 않는 당신이라면, 더플 코트가 정답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