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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트럭 운전수의 노동복
20세기 트럭 운전수의 노동복
미국 고속도로 산업 부흥과 함께한 데님 자켓
미국 고속도로 산업 부흥과 함께한 데님 자켓
2024.12.03
2024.12.03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데님 자켓은 봄, 가을 같은 간절기에는 단독으로, 겨울철에는 헤비 아우터 안에 레이어드해 입을 수 있는 전천후 패션 아이템이다.
성별과 세대의 경계를 허물고 패션 잇(it)템으로 거듭난 데님 자켓. 사실은 20세기 초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탄생한 작업복이다.
오늘은 100여년의 변천사를 거치며,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발전한 데님 자켓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1905년, 광산 노동자를 위한 첫 데님 자켓의 탄생
1905년 리바이스(Levi's)가 최초로 선보인 '타입 I(Type I)' 자켓은 광산 노동자, 철도 노동자, 농부 등을 위해 제작됐다.
앞면의 나이프 플리츠 2개, 왼쪽 가슴 포켓 1개, 허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구리 신치백이 특징이었다.
실밥으로 고정된 앞면의 나이프 플리츠를 해체하면 넉넉한 핏으로 입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아우터였다.
물건이 포켓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방지하고, 우천 시 빗물이 포켓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1936년 이후에는 가슴 포켓에 플랩(덮개)이 추가됐다.
1953년, 반항의 아이콘이 된 타입 II
1953년에 등장한 '타입 II(Type II)' 자켓은 타입 I을 모태로 하면서, 실용적인 진화를 이뤄낸 데님 자켓이다.
양쪽 가슴에 플랩 포켓을 더하고, 허리 뒤쪽의 ‘신치백’ 디테일은 허리 춤의 ‘사이드 어드저스트’로 대체됐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당대 스타들이 착용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젊은이들의 반항 정신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1961년, 트럭 운전수들이 선택한 타입 III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타입 III(Type III)'는 1961년 출시됐다.
이 자켓은 이전 버전의 나이프 플리츠 대신 가슴에서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V자 형태의 플리츠'를 적용했다.
주황색 스티치와 함께 정교한 재단 및 허리까지 오는 레귤러 핏이 특징이다.
장시간 운전에 적합한 기장의 타입 III 자켓은 트럭 운전수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자연스럽게 ‘트러커 자켓'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고속도로가 발전하면서 동반 산업이 부흥하고, 미 대륙을 자유롭게 횡단하며 돈을 버는 트럭 운전수가 낭만적인 직업으로 떠올랐던 것이 타입 III 자켓 대중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이패션부터 SPA까지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타입 III 자켓
1980년대 들어 캘빈 클라인과 디젤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도 타입 III 모티브의 자켓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헬무트 랭과 마르지엘라 같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특히 꼼데가르송의 준야 와타나베는 2017년 리바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적인 타입 III 자켓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SPA브랜드 스파오에서는 올해 Y2K 트렌드를 반영한 크롭 기장의 여성용 트러커 자켓을 출시했다. 타입 III 디자인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노동자의 유니폼으로 시작해 반항의 상징을 거쳐 하이패션의 영감이 된 데님 자켓은 이제 MZ세대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데님 자켓은 앞으로도 시대를 초월하는 잇(it)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