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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룩이 된 군복 바지
캠퍼스룩이 된 군복 바지
프레피룩의 정석 : 치노팬츠 컬러에 담긴 오해와 진실
프레피룩의 정석 : 치노팬츠 컬러에 담긴 오해와 진실
2024.11.26
2024.11.26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푸른 셔츠에 베이지색 치노팬츠를 매치한 '상수룩'이 2010년대 중반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을 일으켰다.
홍상수 감독의 무심한 듯 세련된 치노팬츠 스타일링이 밈이 되어 확산된 것. 기발한 졸업사진으로 화제를 모으는 의정부고에서 홍상수 감독 스타일링을 패러디하고, 일본의 한 매거진에서는 '상수룩'이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후 푸른 셔츠와 베이지색 치노팬츠는 누구나 따라하기 좋은 필승 코디법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확산됐다.
성별과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패션 잇(it)템으로 거듭난 치노팬츠. 의외로 전쟁에서 탄생한 패션 아이템이다. 오늘은 치노팬츠의 역사를 통해 그 유래와 발전상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중국 원단에서 유래한 '치노팬츠'
카키색 면바지를 일컫는 '치노팬츠'의 역사는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시작됐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스페인 전쟁에사 승리한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하며 카키색 유니폼을 공식 군복으로 채택하고, 대량의 원단을 중국에서 수급해 생산하기 시작했다.
스페인어 '치노(Chino)'는 '중국'을 뜻하는데, 중국 원단으로 만든 군복 바지를 '중국에서 온 바지' 즉, '치노팬츠(Chino Pants)'로 부르면서 대명사처럼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치노팬츠'는 트윌 짜임 원단에 넓은 통이 적용돼 통기성이 좋고, 땀 흡수에 우수한 장점이 있어 고온다습한 필리핀의 날씨에 적합한 소재였다.
치노팬츠의 대표 컬러 '카키'에 대한 오해
치노팬츠의 대표 색상으로 유명한 카키 컬러. 재미있는 점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카키와 올리브그린 컬러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카키(Khakis)'는 본래 흙빛에 가까운 베이지 컬러다. 올리브그린은 짙은 녹색에 가까운 컬러로 두 색상은 완전히 다르다. 역사적 배경으로 유추하자면 우리가 카키를 올리브그린과 같은 컬러로 오해하게 된 배경은 군복색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베이지 톤, 즉 카키색의 군복 컬러와 달리, 우리에게 친숙한 군복 컬러가 올리브그린이기 때문에 국방색=올리브그린=카키색으로 혼용해서 부르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카키는 19세기 중반 영국군이 채택한 군복의 컬러로, 흙먼지를 뜻을 지닌 페르시아어 'khak'에서 유래됐다. 영국군이 사막 지형이 많은 인도에서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 기존 영국군의 화려한 원색 전투복이 위장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에 카키색 전투복을 고안했다고 알려져있다.
캠퍼스가 사랑한 '아이비리그룩의 아이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 물자가 민간 시장에 풀리면서, 제대한 군인들은 치노팬츠를 일상복으로 활용했다. 군복이었던 치노팬츠는 실용성과 내구성을 인정받으며 자연스럽게 일상복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1950년대 아이비리그 대학에 복학한 학생들 사이에서 치노팬츠는 편안하면서 단정한 캠퍼스웨어로 주목받았다. 이후 스포츠 재킷, 옥스퍼드 셔츠, 페니로퍼와 함께 치노팬츠는 아이비리그 스타일의 상징적인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1963년에는 할리우드 배우 스티브 맥퀸이 영화 《대탈주》에서 치노팬츠를 착용하며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역시 치노팬츠를 즐겨 입으며 해당 바지의 클래식한 매력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대탈주의 스티브 맥퀸과 존 F. 케네디 ©Getty
오늘날 치노팬츠는 아이비룩, 프레피룩, 시티보이 스타일 등 다양한 패션 코드를 아우르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군복에서 시작해 캠퍼스 문화를 거쳐 현대인의 캐주얼룩에 안착하기까지, 치노팬츠는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갖춘 완벽한 바지로 인정받았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스타일링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치노팬츠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는 패션 베이직 아이템으로 오래도록 사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