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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꾸는 스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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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립준비청년 선희
가정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립준비청년 선희
2024.11.21
2024.11.21
Editor 햇살한줌
[마음 온(溫)에어]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로 마주하는 우리 주변의 진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모든 계절에는 그만의 선물이 있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이 말했듯, 인생의 각 순간에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선희(가명, 20세)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그녀에게 일본에서의 시간은 그리움이자, 다시 꿈꾸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벚꽃 피는 봄날의 기억
"아침이면 창 밖으로 벚꽃이 날렸어요. 등굣길에 아버지는 항상 제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고 말씀하셨죠"
선희의 눈빛이 멀어집니다. 일본에서의 유년 시절은 따스했습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했던 유원지 나들이, 동네 축제에서 맛보던 야키소바의 향기, 이웃들과 나누던 인사까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이 지금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그때의 향기가 떠올라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달라진 일상, 무너진 신뢰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선희의 삶은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시작된 생활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어머니의 폭언과 폭력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학교생활도 힘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참으려고 했어요. '엄마도 힘들어서 그러시는 거야'라고 위로 하면서요. 하지만 점점 더 숨쉬기가 힘들어졌어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그날, 담임 선생님의 발견으로 쉼터에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쉼터에 처음 왔을 때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곳에서 처음으로 '안전'이라는 걸 느꼈죠."
꿈이 멈춘 자리
유아교육과 진학은 선희의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는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그녀를 찾아왔습니다.
"실습 첫날이었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소리치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죠"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후, 그녀는 실습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꿈꾸던 미래가 한순간에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매일 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뿐이었어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았죠"
예기치 않은 사고, 그리고 희망의 시작
좌절감 속에서 참가했던 스키캠프에서의 사고. 광대뼈 함몰과 쇄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수술이 시급했지만, 보험도 없이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부모 소득 수준이 기준을 초과해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수술비는 어떻게 하지?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왜 나한테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바로 그때 이랜드복지재단의 'SOS 위고'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신청 3일 만에 144만 원의 긴급 지원이 이루어졌고, 선희는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광대뼈 함몰 수술은 미용적으로도 중요한 대수술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의료진은 구강을 통한 수술 방법을 선택했고, 덕분에 얼굴에 흉터 없이 수술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에 거울을 봤는데,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2월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수술을 하게 되어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하던 때, 수술비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원래 제 목표였던 자립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으며 지냈습니다. 병원비 걱정을 덜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또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제출하고 면접도 보며 슬픈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어디선가 도와준다고 들었으나 그게 저에게도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에게 도움이라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도움으로 조심히 활동하고 생활하며, 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관계 회복의 첫걸음
수술 후 회복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고, 어머니와의 재회도 시도했습니다.
"첫 만남 때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렸어요. 그래도 두 번째 만남에서는 조금 달랐어요. 어머니가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졌죠."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관계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꿈을 그리다
"사실 일본어는 제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었어요. JPT 650점이라는 게 처음에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꿈의 디딤돌이 되었죠."
선희는 이제 일본어 통역사와 여행 가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료 가이드 봉사는 자신이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계획입니다.
"일본의 옛 동네를 찾아가서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곳들을 다른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느낀 따뜻함을 나누고 싶거든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500명의 청소년들이 가정 폭력으로 쉼터를 찾고 있습니다. 그중 70%는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으며, 치료와 회복에는 평균 2-3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필요한 때에 적절한 도움의 손길이 닿는 것입니다.
영화 속 혜원이 고향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했듯, 선희는 자신의 과거 속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작은 도움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변화는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이제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다짐해요. '오늘도 잘 살아냈구나 '라고요."
선희의 새로운 시작이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계절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