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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나타난
작은 트럭
뉴욕에 나타난
작은 트럭
길거리 음식 : 미국의 할랄부터 한국의 빈대떡까지
길거리 음식 : 미국의 할랄부터 한국의 빈대떡까지
2025.01.22
2025.01.22
Editor 은은한조명
[구르망 유니버스]
바쁜 도시의 거리마다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그 도시만의 독특한 문화가 되어버린 길거리 음식들. 푸드트럭과 포장마차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닌, 도시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은 무대가 되어왔죠. 뉴욕의 작은 할랄 푸드트럭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이야기부터, 우리의 전통시장이 세계인의 발길을 사로잡기까지, 길거리 음식이 만들어 낸 특별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할랄 가이즈: 맨해튼 거리에서 시작된 작은 트럭
1990년대 초반, 뉴욕 맨해튼의 붐비는 거리 한켠에 작은 푸드트럭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중동에서 이주해 온 세 명의 이민자들이 주인공이었죠. 이들은 바쁜 일상 속 제대로 된 식사를 거르기 쉬운 무슬림 택시 운전사들을 위해 저렴한 '할랄(Halal)' 음식을 선보이고자 했습니다. 처음엔 평범한 푸드트럭에 불과했지만, 이들은 곧 뉴욕의 푸드트럭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게 됩니다.
'화이트 소스'로 시작된 전설
할랄 가이즈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밥 위에 고기'가 아니었습니다. 낯선 할랄 음식에 호기심을 보이던 손님들은 화이트 소스와 레드 소스의 독특한 조화에 매료되어 단골이 되었습니다.
이 두 소스는 각각 뚜렷한 개성을 자랑했습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화이트 소스는 고기와 밥에 크리미한 풍미를 더했고, 레드 소스는 한 방울만으로도 입안을 화르르 달아오르게 만드는 강렬한 매운맛을 선사했죠. 이 소스들은 곧 할랄 가이즈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손님들 사이에서는 "레드 소스를 얼마나 견딜 수 있나?"라는 재미있는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에 줄 서는 사람들
할랄 가이즈 푸드트럭은 특히 깊어가는 밤과 새벽 시간대에 택시 운전사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습니다. 마치 한국의 기사식당처럼 진짜 맛집으로 소문이 난 것이죠. 택시 기사들은 기꺼이 긴 줄을 서며 매콤한 레드 소스와 부드러운 치킨 플래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님층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현지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푸드트럭 앞에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단골 손님은 이렇게 말했죠. "이곳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곳이 아니에요. 뉴욕의 밤을 즐기는 문화예요."
이제 할랄 가이즈는 뉴욕 푸드트럭의 상징이 되었고, 그 명성은 뉴욕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갔습니다. 2000년대 중반, SNS의 확산과 함께 맨해튼 할랄 가이즈의 이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2014년에는 뉴욕에 첫 체인점을 열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은 물론 일본, 영국 등 전 세계로 확장하며 당당히 '글로벌 푸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영느님의 블로그
세계적인 체인점으로 성장했지만, 할랄 가이즈는 여전히 뉴욕 거리의 푸드트럭에서 초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맨해튼에서 운영 중인 본점 푸드트럭에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원조의 맛"을 경험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한국의 푸드트럭
서울 광장시장: 서울에서 태어난 전통과 맛의 성지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는 홍대부터 명동, 남대문시장까지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1905년 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문을 연 광장시장은 활기찬 시장 소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로 가득한,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의 성지입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잡은 이곳은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광장시장은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입니다. 새벽녘에는 시장 상인들과 현지인들이 따끈한 빈대떡과 국밥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낮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이 이곳의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을 경험합니다.
해외 관광객들은 "광장시장은 단순한 먹거리 장소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라고 입을 모읅니다. 이처럼 광장시장은 단순한 시장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한국의 맛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점에서 뉴욕의 할랄 가이즈와 같은 독특한 K-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달달하이, 나는야54, 미소천사kim, 맛도리동동, 술병난꼬부깅
원조순희네빈대떡 | 서울 종로구 종로32길 5
광장시장하면 단연 녹두빈대떡을 떠올리게 됩니다. 커다란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빈대떡의 향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멈추게 만듭니다. 신선한 녹두를 직접 갈아 반죽하고, 여기에 고소한 고기와 아삭한 채소를 더해 만든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하죠.
그중에서도 '원조순희네빈대떡'은 시장의 역사와 함께해 온 대표 맛집입니다. 하루 1,000장이 넘는 빈대떡을 판매하며 광장시장 빈대떡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죠. 달궈진 철판에서 퍼지는 고소한 향은 시장을 찾는 모든 이의 발길을 사로잡습니다.
이곳 빈대떡의 가장 큰 매력은 첫 입에서 느껴지는 바삭한 식감입니다. 갓 부쳐낸 빈대떡은 겉은 기름에 바삭하게 익었지만, 속은 부드럽게 녹아내립니다. 직접 갈아낸 녹두의 고소함이 입 안 가득 퍼지고, 알맞게 썰어 넣은 고기와 신선한 채소가 한층 더 깊은 맛을 더해줍니다.
- 녹두빈대떡 5,000원
- 고기완자 1장 3,000원
- 고기빈대떡 10,000원
부산 부평깡통시장: 부산의 역사와 맛
부산 중구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깡통시장은 수십 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곳입니다.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부산의 역사를 품은 특별한 공간이죠. 한국전쟁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생계를 위해 작은 점포들을 열면서 시작된 이곳은, 이제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골목마다 펼쳐진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입니다. 각각의 음식들은 부산만의 독특한 식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죠.
©blaujiny, Jin, 안젤라의소꿉놀이, Yena Jo
깡통골목할매 유부전골 본점 | 부산 중구 부평3길 29
깡통시장의 대표 맛집으로 손꼽히는 '깡통골목할매 유부전골'은 따뜻한 국물 요리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곳의 유부전골은 실한 크기의 유부 속을 각종 재료로 알차게 채워낸 것이 특징입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유부는 담백한 국물을 듬뿍 머금어,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촉촉한 육즙과 함께 속재료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집니다.
탱글탱글한 유부 속에는 밥, 당면, 채소, 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어 씹을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바삭하게 튀긴 어묵과 매콤달콤한 떡볶이를 곁들이면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죠.
- 유부전골 6,000원
- 유부떡볶이 5,000원
집에서 즐기는 대표 간편식
애슐리 우삼겹 마라 떡볶이
중독성 강한 마라의 매력을 듬뿍 담아낸 특별한 떡볶이입니다. 쫄깃한 밀떡에 우삼겹, 유부, 분모자, 소시지, 중국당면까지 다섯 가지 푸짐한 토핑이 어우러져, 애슐리만의 중독성 있는 마라 떡볶이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부산식 물떡 꼬치 어묵탕
부산식 물떡 꼬치 어묵탕 추운 겨울 포장마차에서 맛보던 그 맛 그대로를 재현했습니다. 탱글탱글한 물떡과 쫄깃한 어묵을 꼬치째 들고 먹는 재미가 있죠. 깔끔한 멸치 육수와 면사리까지 더해져, 푸드트럭과 분식점에서 즐기던 정겨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멘트
이처럼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간편식은 우리 일상에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뉴욕의 작은 푸드트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할랄 가이즈처럼, 우리의 전통과 창의성이 담긴 음식과 거리 문화는 새로운 K-푸드 문화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