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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 서로가 전부인 세상

어머니와 나, 서로가 전부인 세상

노인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노노부양 가정의 위기와 희망의 기록

노인이 노부모를 부양하는 노노부양 가정의 위기와 희망의 기록

2024.12.15

2024.12.15


 

Editor 햇살한줌
[마음 온(溫)에어]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로 마주하는 우리 주변의 진실, 따뜻한 마음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서로 있어 든든하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이 대사처럼, 84세 박정순(가명) 할머니와 61세 딸 김미경(가명) 씨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겨울, 그들의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가혹하기만 합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Argus Film

흔들리는 일상, 무너지는 삶


영하 2도의 한겨울, 두 모녀의 작은 방에는 찬기가 가득합니다. 벽에는 곳곳이 곰팡이가 피었고, 창틈으로 매서운 바람이 새어 들어옵니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했어요. 그때부터 심장이 아프기 시작했죠. 결국 일도 못 하게 되었고..."


김미경 씨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사업 실패는 그녀에게 심장병과 함께 신용불량이라는 이중고를 안겼습니다.


 

ⓒGetty

"아침 네 시만 되면 어머니는 찬모일을 나가셨어요. 그 연세에 남의 집 설거지까지... 눈물이 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김미경 씨는 아팠던 가슴을 움켜쥡니다. 자신의 병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84세의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깊어가는 고통


가파른 계단이 있는 2층 주택. 내인성 안내염으로 한쪽 눈을 적출한 어머니는 이제 방 안에 갇혀 지내십니다. 난간도 없는 계단은 눈이라도 내리면 더욱 위험해집니다. 담관 결석과 담관염으로 고통받는 어머니의 신음 소리가 밤마다 김미경 씨의 가슴을 짓누릅니다.


 

ⓒGetty

"어머니가 안내염으로 고통스러워하실 때가 제일 괴로웠어요. 결국 한쪽 눈을 적출하는 수술까지... 제가 건강했더라면 더 일찍 치료받으실 수 있었을 텐데."


김미경 씨의 목소리가 떨립니다.

막막한 현실


이제는 정부 보조금 140만 원이 두 모녀의 유일한 수입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약값과 필수적인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월세 내기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어머니 약값도 제때 못 드리고...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밤에 앓으시는 소리를 들으면... 제가 이렇게 무능한 딸이어도 될까요?"


체납된 월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집주인의 퇴거 요청이 날아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


보건복지부의 '2023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케어' 가구는 전년 대비 15% 증가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73%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미경 씨의 집 역시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과거의 재산과 소득 기록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었고, 신용불량 상태에서는 그 어떤 대출도 불가능했습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제 걱정에 끼니도 거르셨죠. 그래도 저한테는 '밥 먹었다'고 하시면서..."


김미경 씨는 차마 끝맺지 못한 말을 삼켰습니다.

골든타임의 기적


그때 SOS위고의 도움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300만 원의 긴급 생활비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 그 이상이었습니다. 체납된 월세를 해결하고, 1층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이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마음 놓고 잠들 수 있었어요. 어머니가 계단에서 넘어지실까봐 늘 불안했거든요. 이제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 사업 귀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내 긴급 전세를 신청은 했지만, 자부담이 없는 상태에서 신청을 먼저 하였습니다.


저희 어머니 성함은 박정순이시고 저는 박정순의 자녀 김미경입니다.


저희 엄마가 3년째 병원에 입원 퇴원하셨고, 본의 아니게 처방받은 약 중에서 비급여 부분이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세 월세도 몇 달씩 밀린 상태에 있으면서 저희 두 모녀는 자살을 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동구청에 계신 손영주 선생님과 복지관에 계신 송민주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이랜드재단에서 도와주시기로 승인이 났다는 말을 듣고 저희 두모녀는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도움을 주신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랜드 SOS위고 사업부가 아니었으면 저희 두 모녀는 아마도 약 먹고 자살을 기도 했을 것입니다.


도와주신 은혜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항상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김미경 씨의 감사편지

새로운 시작, 달라진 일상


긴급 지원 외 정기적인 병원 진료와 돌봄 서비스, 생필품 지원까지. 작은 변화들이 모여 두 모녀의 삶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어머니 방에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들어요. 제가 어릴 적 이야기, 아버지와의 추억... 어머니는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시며 이야기하시는데, 그 목소리가 참 편안해요."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김미경 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습니다. 여전히 거친 어머니의 손등에서 평생의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이사 후 감사의 눈물을 보이는 박 할머니 모습

희망을 그리는 내일


"지원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김미경 씨가 쓴 감사 편지에는 절실함이 묻어났습니다.

이제 김미경 씨는 조금씩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칙적인 심장병 치료를 받게 되었고, 상태가 호전되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먼저 제 건강부터 챙기려고요. 제가 건강해야 어머니도 더 잘 모실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관심이 또 다른 박정순 할머니와 김미경 씨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수많은 노노부양 가정이 있습니다.

"이제는 내일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김미경 씨의 말처럼,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