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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로맨틱하면서 살벌한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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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클라바 : 전투에서 탄생한 겨울 군밤 모자
바라클라바 : 전투에서 탄생한 겨울 군밤 모자
2024.12.10
2024.12.10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한파가 몰아치는 요즘, 거리에서 독특한 모습의 모자를 쓴 사람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머리부터 목까지 온몸을 감싸고 눈과 코만 드러내는 이 아이템, 바로 '바라클라바'다.
명품, 아웃도어, 캐주얼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바라클라바는 사실 19세기 중반 군인들을 위해 탄생한 군수품이다. 시대를 초월해 장원영, 리사 등 K-POP 아이돌의 데일리 잇(it)템으로 거듭난 바라클라바, 그 흥미로운 역사를 함께 살펴보자.
크림전쟁에서 탄생한 군용 방한모
바라클라바의 역사는 19세기 중반 크림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4년 10월 25일, 크림반도 세바스토폴(Sevastopol) 지역의 작은 마을 '바라클라바(Balaclava)'에서 벌어진 전투가 이 특별한 방한모의 시작이었다.
전투에서 승리한 영국군은 이 마을을 전초 기지로 삼고 겨울을 나게 되었다. 혹한과 싸우며 주둔하던 영국군은 뜨개질로 만든 얼굴 가리개를 처음 착용하기 시작했고, 이 아이템은 주둔지였던 '바라클라바' 마을의 이름을 따라 명명되었다.
눈과 코만 드러내고 머리부터 목까지 모두 감싸는 독특한 디자인은 혹한의 바람으로부터 군인들을 지켜내는 완벽한 방한구로 자리잡았다.
각국의 군인들에게 보급된 밀리터리 아이템
시간이 흐르며 바라클라바는 추운 기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의 필수품으로 발전했다. 단순한 방한구를 넘어 작전 수행 시 정체를 숨기고, 전장의 먼지까지 막아주는 다목적 장비로 진화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의 부대는 추운 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때면 바라클라바를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전방을 수호하는 우리 국군 역시 혹한기에 착용하는 중요한 군장품으로 바라클라바를 채택했다.
바라클라바, 고프코어 트렌드를 타고 대중화
한때 바라클라바는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들이 신원 은폐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명품 브랜드들의 창의적인 재해석을 통해 감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미우미우의 Fall 2021 Ready-To-Wear 컬렉션 ©miumiu
미우미우, 구찌, 시몬 로샤 등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바라클라바를 런웨이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특히 미우미우는 21년 가을 RTW 컬렉션에서 키치한 무드의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야외 활동 시 착용하는 실용적인 패션을 일컫는 '고프코어' 트렌드가 패션계를 강타하면서, 아웃도어 활동 중인 MZ세대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의 아웃도어,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바라클라바를 선보이며 방한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로맨틱한 무드의 바라클라바를 출시하며 새로운 스타일링 가능성을 제시하는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모던 컴포트 브랜드 오찌(OTZ)는 24FW 시즌을 맞아 캘리포니아의 겨울 감성을 담은 바라클라바를 선보였다. 다양한 방한 슈즈와 함께 큐레이팅된 이번 컬렉션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오찌(OTZ) 선데일 니트 바라클라바 머플러 ©OTZ
전쟁터에서 태어나 하이패션을 거쳐 스타일의 잇(it)템으로 자리매김한 바라클라바. 올 겨울, 바라클라바 하나로 실용성과 감성을 모두 충족하는 나만의 특별한 스타일링을 완성해보는 건 어떨까.
좌측부터 @hehehexxu, @m.a.r_gue_rite, @pipibora, @xxuks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