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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인가, 배신자인가?
영웅인가, 배신자인가?
스테로이드 시대의 정점에 선 내부 고발자
스테로이드 시대의 정점에 선 내부 고발자
2024.11.10
2024.11.10
Editor E-키피디아
[GOAT 컬렉션]
"저는 진실만을 말하겠습니다."
2005년 3월 17일, 워싱턴 D.C.의 레이번 하원 의원 건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이 증인석에 앉아 있었다. 의회 정부개혁위원회가 소집한 이 청문회는 야구계의 가장 큰 스캔들인 스테로이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자리였다. 그 중심에는 호세 칸세코가 있었다.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영원히 추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야겠습니다. 야구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칸세코의 증언은 메이저리그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는 영웅과 배신자로 극명하게 갈렸다.
40-40 클럽의 영웅
청문회로부터 17년 전, 칸세코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패기 넘치는 선수였다.
1988년 4월, 시즌 초반 칸세코는 최초의 40-40 클럽* 목표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저 젊은 선수의 허황된 꿈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그의 최다 도루 기록은 15개에 불과했기 때문. 하지만 그해 9월, 칸세코는 모두가 의심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9월 23일, 40번째 도루를 성공시키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된 것이다.
* 40-40 클럽: 한 시즌 40홈런-40도루 달성. 역사상 총 6명만이 달성한 기록
칸세코의 40-40 달성은 그의 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 황금기의 시작이었다. 그는 마크 맥과이어*와 함께 'Bash Brothers**'로 불리며 리그를 압도했고,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로 팀을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오클랜드는 평균 102승, .630의 승률을 기록했다.
* 마크 맥과이어: 1987년 신인왕, 583개의 홈런을 기록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
** Bash Brothers: 홈런 후 팔뚝을 부딪치는 세리머니로 유명했던 칸세코-맥과이어 콤비의 별명
462개의 홈런, 1,407타점, OPS* .867이라는 명예의 전당급 기록을 남긴 칸세코의 전성기.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가 쏟아졌지만, 역대 최악의 논란도 함께 그를 따라다녔다. 1988년 워싱턴 포스트의 야구 전문기자 톰 보스웰이 TV 프로그램에서 칸세코의 스테로이드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수들 사이에서 칸세코가 '칸세코 밀크쉐이크**'라 불린다고 폭로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순간이었다.
* OPS: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타자의 종합적인 공격력을 나타내는 지표
** 밀크쉐이크: 선수들 사이에서 스테로이드를 지칭하던 은어
최악의 자서전
2005년, 칸세코의 자서전 《Juiced*》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메이저리그를 뒤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스테로이드 사용을 고백했을 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스테로이드 사용 실태를 폭로했다.
* Juiced: 2005년 출간된 칸세코의 폭로성 회고록.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기록
자서전의 파장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CBS의 시사 프로 '60 Minutes'에서는 즉각 칸세코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칸세코는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스테로이드를 도입한 장본인이라 밝히며 논란을 더 했다. 야구계는 즉각 반발했다. LA Times는 '역대 최악의 스포츠 도서'라며 혹평했고, Sports Illustrated의 톰 베르두치 기자는 '일말의 사실도 담겨 있지 않는 책'이라 비난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한 하원 정부개혁위원회는 자서전이 발행된 지 한 달 만에 청문회*를 열었다. 3월 17일 의회 청문회에서 증언대에 선 선수들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맥과이어는 "과거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고, 팔메이로**는 단호하게 사용을 부인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드러났다.
* 의회 청문회: 하원 정부개혁위원회가 주최한 이 청문회의 공식 목적은 "미국 청소년들의 스테로이드 사용 증가"를 우려한 것이었다.
** 라파엘 팔메이로: 3,020개의 안타, 569개의 홈런을 기록한 레전드. 하지만 스테로이드 사용이 적발되어 명예가 실추됐다.
의회 청문회는 메이저리그의 약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보다 엄격한 검사 제도가 도입되었고, 처벌도 강화되었다. 칸세코의 폭로는 결과적으로 메이저리그의 '스테로이드 시대*'를 종식시켰다.
* 스테로이드 시대: 1995-2005년 메이저리그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이 만연했던 시기
19년 만에 오른 명예의 전당
지난 8월, 링센트럴 콜리세움에서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이 열렸다. 눈시울을 붉힌 채 마이크 앞에 선 칸세코의 모습은 19년 전 의회 청문회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명예의 전당: 구단 차원의 명예의 전당으로, MLB 명예의 전당과는 별개다. 테리 스타인백, 미구엘 테하다 등이 칸세코와 함께 헌액되었다.
"팬 여러분께 감사를 표합니다. 지금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저에게 이런 영광의 기회를 주시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데니스 에커슬리, 리키 헨더슨 등 명예의 전당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만 7천여 명의 팬들은 "Let's Go Oakland!"를 외치며 그를 환영했다.
사실 그는 2007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1.1%라는 굴욕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462개의 홈런, 6차례의 올스타 출전, 4번의 실버 슬러거 수상 등 화려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스테로이드의 대부'라는 오명은 그의 업적을 완전히 퇴색시켰다.
* MLB 명예의 전당: 명예의 전당 후보는 5%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하면 자격을 영구 상실한다. 칸세코는 첫해에 탈락했다.
하지만 오늘날 대중이 야구를 보는 시각은 달라졌다. 시대에 맞춰 야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야구의 역사에는 홈런이 없던 '데드볼 시대*'도 있었고, 투수들이 압도하던 '투수의 시대**'도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스테로이드 시대' 역시 그런 특별한 시기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 시대의 기록도 그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 데드볼 시대: 1900년대 초반 홈런이 극히 드물었던 시기
** 투수의 시대: 1968년 투수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시기. 평균자책점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저는 평생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이지 못할 겁니다. 큰 대가를 치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진실을 말했고, 그 덕분에 야구는 더 나아졌습니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 되었다. 선수로서 40-40 클럽의 최초 달성자이자 MVP를 수상한 슈퍼스타였지만, 동시에 야구의 가장 큰 스캔들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이기도 했다.
영웅인가, 배신자인가? 어쩌면 그 두 가지 모두일 수 있다. 하지만 칸세코가 밝힌 진실이 오늘날의 메이저리그를 더욱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칸세코가 처음 달성한 40-40 클럽은 35년이 지난 지금, 오타니 쇼헤이의 50-50 클럽으로 새로운 역사를 맞이했다. 이랜드뮤지엄은 'SHO-TIME : 오타니 쇼헤이 특별전'을 통해 MLB 148년 역사상 최초로 50-50클럽에 입성하고,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오타니 쇼헤이의 위대한 도전을 기념한다. 11월 8일부터 12월 8일까지 뉴발란스 홍대점 3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야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그의 여정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 SHO-TIME : 오타니 쇼헤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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