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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 느긋함이 있는 가을의 도시
구로, 느긋함이 있는 가을의 도시
[로(Local)마카세] 고독한 직장인, 구로편
[로(Local)마카세] 고독한 직장인, 구로편
2024.10.22
2024.10.22
Editor 은은한조명
[로(Local)마카세]
#서울특별시 구로구
서울 구로구. 한때 ‘9명의 현명한 노인들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시작된 도시다. 1980년 영등포구에서 일부 지역이 분리돼 구로구가 만들어졌으며 이제 매일 12만 명이 오가는 도시가 됐다. 빠르고 분주한 현대사회에서 구로역 근처는 유독 오래된 가게와 세월의 흔적이 상존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치 추억 속을 자유롭게 거니는 기분이 든다. 혼자 구로를 온전히 느껴봤다.
구로, 그곳에 가을이 있고, ‘맛’이 있다.
#1. 역시 구관이 명관이구나.
구로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쉼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이끄는 맛집이 있다.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구로구의 ‘맛’을 만나보자.
(출처: Anna님의 블로그)
백암왕순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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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새말로 18-33
"점심, 저녁 두 끼를 순댓국으로 해결해도 괜찮다. 혼자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또 있을까?"
구로역에서 걸어서 273걸음. 허름한 건물 지하로 들어서면 따뜻한 국물 한 그릇에 청양고추가 송송 썰린 순대국밥을 만날 수 있다. 쌀쌀한 날씨에 더할 나위 없는 위로다. 뜨겁고 맑은 국물을 입에 넣으면, 그 속에 배인 깊은 맛이 모든 이의 마음을 데워준다.
이 집의 순대국은 찰순대와 야채순대가 함께 들어간다. 고기 양도 푸짐해 주변 직장인들의 단골 맛집이다. 특이한 점은 얼큰 순대에 김치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삭한 식감으로 단골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메뉴이기도 하다. 위로가 필요한 날, 따뜻한 위로로 속을 가득 채울 수 있다.
■ 순대국 9,000원
■ 얼큰 순대국 10,000원
■ 특 순대국 11,000원
(출처: 이너피스, 혜민웨이, 엘리님의 블로그)
학골생선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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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새말로 4길 15
"혼자서 생선 굽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제육, 국밥에 질렸다면 학골생선구이를 추천한다. 이 집에서는 감히 집에서 요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생선구이를 맛볼 수 있다. 생선 구이는 인간이 불을 발견하고, 수렵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의 단백질을 책임져온 유서 깊은 음식이다.
고등어, 삼치, 갈치, 임연수. 노릇하게 구워진 짭짤한 생선 한 점을 갓 지은 따뜻한 밥에 올려 입에 넣으면 옛 시골집 추억이 떠오른다. 화려하지 않아도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한 끼. 이 집은 조림 메뉴도 인기인데, 세명 이상이 함께 온다면 조림(2인분)과 구이 메뉴 조합을 추천한다.
■ 고등어, 삼치 구이 10,000원
■ 갈치, 임연수 구이 11,000원
■ 고등어/갈치 조림(2인) 22,000원
(출처: 나그냉, 희야님의 블로그)
고향마차 | 서울 구로구 새말로4길 24
"체리빛 테이블, 입간판은 '식사 됩니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구로의 명물 실내포차. 이 집의 메뉴판은 20가지가 넘는 메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대표 메뉴는 김치전골. 삼겹살, 꽁치, 참치 중 하나를 메인 재료로 고르면 된다. 15,000원에 3인분 같은 양이 나와 극한의 가성비를 자랑하기도 한다. 또, 인기 메뉴인 해물파전과 닭도리탕, 그리고 바다마을 근처에서 먹을 법한 싱싱한 꼬막, 산낙지, 오징어숙회까지. 로컬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식당 곳곳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벽 한켠에 진열되어 있는 야구공 컬렉션과 주기적으로 아재개그가 업데이트 되는 화이트보드를 보면 주인 아저씨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정겨운 내부와는 다르게 화장실은 깨끗하게 리모델링되어 안심해도 좋다.
■ (삼겹살/꽁치/참치) 김치전골 15,000원
■ 제육볶음 10,000원
■ 꼬막 10,000원
#2.구로의 가을이 가장먼저 스미는 곳
따뜻한 요리로 속을 채우고 나면 또 걸닐 수 있는 여유와 힘이 생긴다. 조금만 걸어 나가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구로 거리공원이 펼쳐진다. 저 멀리 '아홉 지팡이 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홉 명의 장수 노인을 상징하는 이 조형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다. 어른을 공경하고, 단결과 화합으로 모두가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자는 소망이 느껴진다. 모르고 지나칠법한데 알고 나면 소중한 우리네 이야기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천천히 걸으며, 이곳을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 ‘누덕진 삶, 아픈 가슴도 노을빛에 물든다.’ 구로 거리공원에 비치된 시 한 구절이 마음에 차갑게 스며든다. 이곳엔 낭만이 있다.
나무로 만든 벤치, 삼삼오오 모여 소근거리는 이들의 백색소음이 따스한 곳. 낙엽이 흩날리고, 한쪽에는 정자가 있어 몸과 마음을 잠시 뉘이기에 제격이다. 따스한 햇볕과 낙엽이 뒹구는 이 공원에 가을이 온전히 담겨있다.
#3.구로 주민들이 모이는 곳
구로 주민들을 따라서 발길을 옮겨본다. 구로에는 역과 맞닿아있는 쇼핑공간 NC신구로점이 있다. 지하에는 저녁 밥상에 올라갈 신선한 식재료가 가득한 킴스클럽이 있고, 1층부터는 합리적인 가격의 패션, 리빙 용품이 가득해 구로 주민들은 부담없이 매일 찾을 수 있는 쇼핑공간이다.
혼자서도 낭만을 즐길 거리를 찾아본다. 달콤한 냄새를 찾아 6층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극장이 있고, 그 안에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클라이밍 공간 ‘피커스 클라이밍’이 있다. 팝콘 냄새를 맡으며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장소다. 탈의실과 샤워시설까지 완벽히 갖춰져 있어 클라이밍으로 건강한 땀을 흘리고 지하1층 ‘피자몰 단품’ 매장에서 한판에 9,990원 피자를 즐기는 코스를 추천한다. 물론 조각 피자로도 즐길 수 있다.
혼자 다녀본 구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만한 것이 많았다. 화려하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너무 부산하지도 않으면서 여유를 되찾게 해주는 지역이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가 있는 곳 구로에서 가을의 낭만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