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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21번을 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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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클레멘테》상,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예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예

2023.10.27

2023.10.27

1972년 12월 31일, 새해를 하루 남긴 날 피츠버그 전역에 비보가 울렸다.

"Clemente Dies In Plane Crash"
(클레멘테, 비행기 사고로 사망)

월드시리즈와 내셔널리그 MVP에 모두 선정된 선수이자, 12년 연속 골드글러브에 선정되었던 팀의 에이스. 피츠버그 팬들은 1972년 9월 30일, 그의 통산 3,000안타를 마지막으로 그를 더 이상 야구장에서 볼 수 없었다. 

 


※ 1973년 1월 1일, 클레멘테의 사고소식을 알린 피츠버그 지역지

 

"제 커리어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수상을 해냈습니다."

- 애덤 웨인라이트,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 소감 中


"월드시리즈 우승도 해봤고, 사이 영 상도 받아 봤지만,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입니다."
- 존 스몰츠,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수상 소감 中

 


※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트로피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하게 '야구 성적'과 상관없이 단지 후보에 등재되는 것만으로도 명예롭게 여기는 상이 있다. 바로 그 해 선행을 가장 많이 베푼 선수에게 수여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매년 9월 9일 각 팀에서 1명 씩 총 30명의 후보자를 발표한 후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후보자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여기며, 구단에서도 자신의 선수가 선정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긴다.
 


 


※ 2022년 저스틴 터너가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을 수상하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LA 다저스 (※출처 :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의 주인공인 로베르토 클레멘테는 통산 3,000안타와 월드시리즈 MVP를 달성한 피츠버그의 원클럽맨*이다. 특히 빠른 배트 스피드**와 압도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였는데, 그는 그의 마지막 시즌인 1972년 자신의 마지막 타석에서 통산 3,000안타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38세의 나이에도 12번째 골드글로브***에 선정되며 절정의 수비 능력을 뽐냈다.

* 원클럽맨 : 데뷔부터 은퇴까지 한 구단에서만 활동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 보통 배트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애쓰는 다른 선수와 달리, 클레멘테는 너무 뛰어난 신체 조건 때문에 자신의 배트 스피드를 억제 시킬 수 있는 무거운 배트를 들게 된 후 타격 성적이 상승하게 된다.
*** 골드글로브 : 한 시즌 동안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인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


※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마지막 타석 (출처: MLB)

문제의 사고는 1972년 12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에서 진도 6.3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소식을 접한 클레멘테는 구호 물품을 준비해 니카라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그 비행기는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기상악화로 추락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팬들의 곁을 떠났다.

이 사고가 더 안타까운 이유는 애초에 클레멘테는 니카라과에 직접 방문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직후 그는 2차례나 구호 물품을 니카라과로 보냈지만 공무원들이 구호 물품을 가로채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직접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던 것이다.



 


※ 피츠버그 소속 당시 클레멘테의 모습 (※출처 : MLB)

 

클레멘테를 잃은 전 세계 팬들은 안타까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그리고 그의 고국 푸에르토리코에서는 그의 죽음 이후 3일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다. 또한 명예의 전당 사무국에서는 이례적으로 5년의 유예기간* 없이 클레멘테를 즉시 명예의 전당 후보로 등록했고, 이듬해인 1973년 그는 93%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이 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매년 9월 15일을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날'로 선정, 모든 선수가 그의 등번호인 21번을 달고 경기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은퇴 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명예의 전당 후보가 될 자격이 주어진다.

 


※ 로베르토 클레멘테 명예의 전당 동판 (※출처 : MLB, HALL OF FAME)

 

"세상을 바꿀 기회가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입니다."
- 로베르토 클레멘테




※ 로베르토 클레멘테 동상(좌), 로베르토 클레멘테 다리(우)

클레멘테는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계약시 기부 조항*을 넣거나 자신이 직접 재단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 구단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에 꾸준한 봉사활동과 기부**를 이어가며 미국 사회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2021년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던 추신수 선수가 KBO로 복귀하며 자신의 연봉 27억 중 10억을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우리나라 선수 중에도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 선수 등 메이저 리그 출신 선수들이 직접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20년간 누적 기부액 6000만 달러(한화 약 825억)을 달성해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구단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3,000안타 게임볼과 당시 경기 티켓 (이랜드 뮤지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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