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세보기
Magazine>
6년간, 234명에게 집을 제공하다
6년간, 234명에게 집을 제공하다
이랜드 재단 X 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이랜드 재단 X 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2022.08.09
2022.08.09
지난 2021년, 이랜드재단과 서울시가 함께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을 통해 노숙인 234명에게 집이 생겼습니다. 좁은 고시원이나, 쪽방, 여러 명이 단체로 생활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오롯한 나의 공간.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이웃을 만나 차를 마시는 ‘알토란 같은 내 집’ 입니다. 이랜드재단 이윤정 본부장, 김혜연 팀장과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노숙인 지원주택이란?
노숙인에게 조건 없이 집을 먼저 주는 핀란드의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 정책을 벤치마킹한 제도. 이랜드재단은 2016년부터 서울시와 함께 노숙인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3년간 초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2019년 본사업도 진행했다. 어느덧 6년째. 시범사업 때 38호였던 지원주택 수는 2022년 7월 기준 248호로 7배 늘었다.
Q.이랜드재단에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숙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었어요. 2016년, 이랜드 재단 대표님이 직접 영등포 근방 노숙인들과 이틀간 거리 생활을 했어요. 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알코올 의존증이나 정신질환이 아닌 머무를 집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서울시와 손을 잡고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이랜드재단과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의 첫 시작을 함께한 서울시는 지원주택 운영에 필요한 조례와 정책을 만들었고,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원룸형 연립주택을 매입해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
Q.노숙인에게 집을 지원한다는 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일인가요?
오늘과 내일, 미래가 생기는 일이에요. ‘집’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특히 노숙인에게 집은 일상을 시작하게 하는 출발선 같은 거죠.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하루 일과가 끝난 뒤 이불속에서 잠드는 평범한 일상이요. 이전에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에 채여 절망스럽게 시작했다면, 지금은 소소한 기쁨이 채워지고 사회에 적응해가며 내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됐어요.
Q.이랜드재단은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노숙인들이 내야 하는 원룸 보증금 300만 원을 대신 내주며 안정적인 주거지원을 돕고 있어요. 시설이나, 고시원, 쪽방, 병원에서 생활하다 지원주택에 입주하는 노숙인은 대부분 ‘몸’과 ‘빚’만 가지고 오거든요. 300만 원은 커녕 30만 원도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총 234명의 노숙인에게 호당 300만 원씩 총 7억 200만 원의 보증금을 지원했습니다.
Q.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요?
주거 유지율로 입증합니다. 지원주택 운영기관이었던 비전트레이닝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주자들의 최근 3년 주거 유지율이 90%였어요. 회전문 현상*을 벗어나고 있는 거죠.
*회전문 현상이란?
뱅뱅 도는 회전문처럼 노숙인이 쉼터-시설-거리를 맴돌기만 하고 탈(脫) 노숙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 여성 노숙인 지원주택 운영기관 심영회 아가페복지 팀장에 의하면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문제가 있는 노숙인에게는 주거 유지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주거 유지를 1년 이상 하면 사실상 탈노숙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Q. 지원주택에는 어떤 노숙인이 입주하나요.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노숙인에게 우선 입주 신청 자격을 줘요. 노숙인 중에서도 가장 사각지대에 놓인 노숙인을 위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매입임대주택’이라는 것도 있지만, 저축 상태나 근로 능력을 판단해요. 지역사회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뽑다 보니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노숙자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Q. 월세는 얼마인가요?
약 10~15만 원입니다. 입주자 스스로 부담해요. 전기, 수도, 가스 요금, 휴대폰 요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세나 공과금을 내기 위해 자신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일을 찾게 되는 구조죠. 입주자 중 한 분은 집 근처 냉면집에서 매일 3시간씩 주차 관리 아르바이트를 해요. 상품 소포장 일을 하는 분도 계시고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지원주택 입주자분들이 직접 작성한 편지>
Q. 진정한 자립을 위한 울타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주거 외에 도움을 받는 장치도 있나요?
건물 1층 커뮤니티 공간에 입주자들의 독립생활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배치되어 있어요. 구청에 수급 신청하러 갈 때나 공과금 납부, 아파서 병원 갈 때, 말동무가 필요할 때 사회복지사를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죠. 하지만 시설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케어하진 않아요. 지원주택에 입주하면 더 이상 ‘관리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호칭부터 달라집니다. ‘입주자’로 대해요. 전문가들은 이런 부분을 지원주택 사업의 성공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전담 인력이 곁에서 돕고, 노숙인 스스로 일상 회복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길 때. 비로소 온전한 자립과 주거 유지가 되는 것이죠.
Q. 실질적으로 변화된 입주자의 스토리도 궁금합니다.
한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인데요. 입주 후 1년은 도와줄 건 없는지 물어봐도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라는 말만 하고 눈맞춤도 하지 않았는데 1년이 지나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1층 커뮤니티센터로 내려와 같이 밥을 먹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입주자 대부분이 비슷해요. 기다려주며 신뢰를 쌓는 게 사회복지사들의 역할이고요.
Q. 최근에 와서야 6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요.
이런 지원 사업이 꾸준히 유지되기 어려운데, 6년간 지속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시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서울사회공헌대상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했어요. 너무 영광이었죠. 또 최근에는 조선일보에서도 저희 주거 지원 사업에 대해 크게 조명했어요. 이러한 관심들이 모여서 더 많은 분들께 필요한 지원들이 이어지면 좋겠어요.
Q. 앞으로 지원주택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나요?
보증금 300만 원 지원을 넘어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이 지속 가능하게 이어질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숙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약간의 소득은 있으나 주거지가 없는 사람, 일용직 일을 하면서 여관을 전전하는 사람들은 통계에 빠져 있죠. 지원주택 입주 준비 과정이 너무 길고 까다롭기도 하고요. 여러 전문가와 기관들의 협업을 통해 실제 입주 날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압축하고 더 많은 노숙인이 지원주택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랜드 재단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