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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한 잔
연말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한 잔
뱅쇼 만들기: 와인으로 만드는 홀리데이 레시피
뱅쇼 만들기: 와인으로 만드는 홀리데이 레시피
2024.11.19
2024.11.19
Editor 은은한조명
[구르망 유니버스]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벌써 겨울이 찾아왔어요. 유명 호텔과 카페, 거리 곳곳에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우리를 반기고 있죠. 카페 메뉴판에도 짙은 레드 컬러의 '뱅쇼'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답니다.
혹시 뱅쇼가 단순히 겨울 분위기만 내는 음료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따뜻한 와인에 과일과 향신료를 더해 만든 이 특별한 음료는 우리 몸을 데워줄 뿐만 아니라 감기 예방에도 좋다고 해요. 유럽의 겨울 밤을 지켜온 전통 음료, 뱅쇼 한 잔으로 여러분의 차가운 몸과 마음도 따뜻하게 녹여보세요.
□ 뱅쇼: 따뜻한 와인의 시작
프랑스에서는 '뜨거운 와인'을 '뱅쇼(Vin Chaud)'라고 부르는데요. 14세기 무렵부터 기록에 등장하기 시작했답니다. 프랑스가 뱅쇼 문화를 이끌어왔지만, 사실 비슷한 음료가 유럽 전역에서 각지의 특색을 담아 발전해왔어요.
뱅쇼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고대 로마의 '콘디툼 파라독숨(Conditum Paradoxum)'이라는 음료를 만날 수 있어요. 이름부터 참 특별한데요, 'Conditum'은 향신료로 맛을 낸다는 뜻이고, 'Paradoxum'은 특별하다는 뜻이에요. 쉽게 말해 '향신료로 맛을 낸 특별한 음료'인 셈이죠.
고대 로마인들은 와인을 있는 그대로 마시지 않고 특별한 음료로 재탄생시켰어요. 와인에 꿀과 향신료를 더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음료를 만들었답니다. 특히 기운을 북돋우고 소화도 돕는 효과가 있어서 인기가 많았다고 해요. 이 매력적인 음료는 로마 제국이 영토를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답니다.
재미있는 건 고대 로마의 요리책 《아피키우스》에 그 레시피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거예요. 와인에 꿀, 후추, 월계수 잎, 샤프란, 대추야자, 로스트 커민 등을 넣어 만들었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가 마시는 뱅쇼와 크게 다르지 않죠?
□ 유럽 각국의 특별한 뱅쇼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저마다의 문화와 취향을 담아 독특한 뱅쇼를 만들어왔어요. 함께 둘러볼까요?
#프랑스 (뱅쇼, Vin Chaud)
우리가 흔히 아는 뱅쇼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죠. 드라이한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시나몬, 정향, 오렌지, 꿀을 더해 만들어요. 특히 재미있는 건 프랑스 북동부 알자스 지역만의 색다른 뱅쇼예요. 유럽 최대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이곳에서는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뱅쇼가 인기랍니다.
레드 뱅쇼만 있는 줄 아셨나요? 알자스 지역의 화이트 뱅쇼는 레드 와인 대신 화이트 와인을 사용해 만드는데, 맛이 완전히 다르답니다. 레드 뱅쇼보다 한결 가볍고 상쾌해요. 오렌지, 레몬, 바닐라, 생강이 더해져 상큼하고 은은한 풍미를 느낄 수 있죠. 황금빛 색상이 마치 따뜻한 샴페인 같아서 보기에도 너무 예쁘답니다. 올해는 화이트 뱅쇼로 특별한 연말을 맞이해보는 건 어떨까요?
#독일 (글뤼바인, Glühwein)
글뤼바인은 독일어로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이예요. 프랑스 뱅쇼와 비슷하지만 달콤한 맛이 특징인데요. 설탕을 듬뿍 넣거나, 달달한 와인을 사용해서 단맛을 강조하죠. 여기에 체리나 베리 같은 상큼한 과일향을 더하고, 럼을 조금 넣어 풍미를 높이기도 해요.
글뤼바인의 역사도 재미있어요. 1400년대 독일 뉘른베르그의 한 포도농부가 추운 겨울, 감기 예방을 위해 레드와인에 오렌지, 레몬, 계피, 꿀을 넣어 따뜻하게 마신 게 시작이었대요. 계피, 회향, 정향 같은 향신료를 더하면 몸도 따뜻해지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하니, 와인으로 만든 겨울철 보양차라고 할 수 있죠.
#스칸디나비아 (글뢰그, Glögg)
북유럽의 크리스마스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글뢰그'예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 즐겨 마시는 따뜻한 와인 음료인데요. 특별한 점은 건포도와 아몬드 같은 건과일과 견과류를 넣는다는 점이에요.
마시는 방법도 독특한데요. 잔 옆에 건포도와 아몬드를 따로 내어줍니다. 글뢰그를 마신 뒤에 술에 불은 건과일과 견과류를 맛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북유럽 사람들은 여기에 보드카나 아쿠아비트 같은 술을 더해 깊은 맛을 내요. 덴마크에서는 더 특별하게 커피나 코코아를 섞어 만들기도 한답니다.
#이탈리아 (비노 브룰레, Vin Brulé)
이탈리아식 뱅쇼 '비노 브룰레'는 상큼한 맛이 특징이에요. 오렌지는 물론 레몬까지 더해 한층 더 상큼해지죠. 독일의 글뤼바인처럼 단맛을 강조하기보다는, 바닐라 스틱으로 은은한 향을 더하는 게 특징이에요.
'비노 브룰레(Vin Brulé)'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있어요. '브룰레'는 '태우다'라는 뜻인데요. 이름 그대로 와인을 푹 끓여서 알코올을 날려버린답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이탈리아에서는 가족 모두의 겨울 음료로 사랑받고 있죠.
□ 뱅쇼 만들기
집에서 만드는 뱅쇼, 어려울 것 같으신가요? 걱정 마세요! 백종원 선생님의 레시피는 언제나 실패 없는 '국룰'이에요. "비싼 와인 쓰면 바보예요"라는 말씀과 함께 소개해주신 간단한 레시피를 참고해보세요!
재료
와인 1병 / 사과 2개 / 오렌지 1개 / 레몬 1개 / 시나몬 스틱 / 로즈메리 (장식용, 선택사항)
와인 추천: 킴스클럽 MD가 추천하는 가성비 와인
■ 레드와인: 발데몬테 피노누아 (5,990원), 울룰라 (5,990원)
■ 화이트와인: 나베수르 베르데호 (5,990원)
만드는 방법
1. 킴스클럽에서 가성비 좋은 와인을 구해오세요.
2. 큰 냄비에 와인을 부어주세요. (달콤한 뱅쇼를 원한다면 설탕이나 꿀을 넣어 주세요!)
3. 사과, 오렌지, 레몬을 얇게 슬라이스해서 와인에 넣어주세요.
4. 불을 켜고 와인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시나몬 스틱을 넣고, 약불에서 25분 정도 천천히 데워주세요.
5. 다 되었다면 체에 걸러서 잔에 담아주세요.
6. 오렌지 슬라이스나 로즈메리로 예쁘게 장식하면 완성!
💡TIP
∙ 강불은 절대 금물! 약불에서 살살 데워야 와인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어요.
∙ 이탈리아식 무알코올 버전으로 만들고 싶다면 40분 이상 끓여주세요.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답니다.
마트나 카페에서 흔히 보이는 뱅쇼. 이제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따뜻한 와인 한 잔으로 특별한 연말을 보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