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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아닙니다. 옥스포드 셔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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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it)템 졸업식] 100년 전 폴로 경기에서 시작한 시티보이

[잇(it)템 졸업식] 100년 전 폴로 경기에서 시작한 시티보이

2024.10.29

2024.10.29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 미우미우 22SS 컬렉션 (출처: 미우미우 공식 홈페이지)

명품 '프라다(PRADA)'를 만든 거장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미우(Miu Miu)'가 옥스포드 셔츠를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미우미우는 "영원하고 보편적인 기존의 의류를 활용하여 새로운 의류를 창조한 연구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하며, 클래식웨어의 상징인 옥스포드 셔츠의 다채로운 변주 가능성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 한때 대학생들이 교복처럼 입던 평범한 셔츠가 하이패션의 영역까지 진출한 순간이었다.

봄, 가을 패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옥스포드 셔츠, 우리는 이 셔츠를 언제부터 입기 시작했을까?

19세기 영국 폴로 경기장에서 시작된 '스포츠 유니폼'

'캐주얼의 정점' 옥스포드 셔츠는 스포츠 현장에서 탄생했다. 19세기 영국 폴로 선수들은 경기 중 셔츠 칼라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셔츠 깃에 핀을 달았고, 이는 현재 버튼다운 칼라가 특징인 옥스포드 셔츠의 시초가 됐다. 기능성에서 출발한 디자인이 캐주얼 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 옥스포드 셔츠 (출처: 왼쪽부터 브룩스 브라더스 공식 홈페이지, 후아유 공식 홈페이지)

이 실용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를 한층 높인 것은 원단이었다. 당시 스코틀랜드의 방직공장에서는 명문대학의 이름을 딴 4가지 원단(옥스포드, 하버드, 케임브리지, 예일)을 개발했다. 그중 옥스포드 원단은 특유의 직조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텍스처는 강한 내구성과 부드러운 터치감을 동시에 제공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옥스포드는 편안함과 격식 있는 멋스러움의 밸런스를 맞춘 원단으로 인기를 끌었고, 4개 원단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원단이 됐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생들의 '있어 보이는 셔츠'

옥스포드 셔츠의 대중화는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 완성됐다. 1896년 아메리칸 클래식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BROTHERS)'가 영국의 폴로경기에서 영감을 받아 '옥스포드 클로스 버튼다운 셔츠(OCBD)'를 출시하며 대중화에 불을 지폈다.


 

※ 1950년대 프린스턴 대학교 학생들의 모습 (출처: LIFE)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 학생들이 '옥스포드 클로스 버튼다운 셔츠'를 교복처럼 애용하면서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됐다. 제이프레스 등 아이비리그룩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가세하면서, 옥스포드 셔츠는 지성과 세련됨을 동시에 표현하는 소위 '있어 보이는' 아이템으로 진화했다.

상류층 대학생들은 옥스포드 셔츠를 통해 자신들의 학문적 우수성과 세련된 취향을 은근히 과시했다. 세련미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기반으로 발전했고, 격식과 캐주얼함의 절묘한 균형이 아이비리그룩의 진수로 여겨지게 된다.

※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옥스포드 셔츠를 착용한

이러한 아이비리그룩의 인기는 캠퍼스를 넘어 정계까지 확장됐다.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1961~1963년 재임)는 하버드 출신다운 세련된 옥스포드 셔츠 차림으로 공식석상에 자주 등장했다. 젊고 지성적인 대통령의 이미지와 맞물린 그의 패션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옥스포드 셔츠는 케네디 대통령으로 인해 신뢰와 교양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된다. 이로써 한때 캠퍼스의 드레스 코드였던 옥스포드 셔츠는 미국 전역에서 지성과 세련됨을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본 황금기의 재해석 '시티보이가 입는 셔츠'

1980년대 이후에는 일본이 옥스포드 셔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동경한 일본인들이 미국 동부 명문대 학생의 패션을 연구하며, 미국보다 더 미국스러운 패션을 만들어냈다.


 

※ 뽀빠이 매거진에 소개된 시티보이룩 연출 가이드

현재 유니클로(UNIQLO)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수석 임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키노시타 다카히로(Takahiro Kinoshita)'시티보이룩'의 창시자다. 2010년대 뽀빠이(POPEYE) 매거진 편집장이었던 그는 옥스포드 셔츠, 치노 팬츠 등 구체적인 아이템과 연출법을 담아 '시티보이' 컨셉을 최초로 소개했다. 키노시타는 '시티보이룩은 사는 장소, 나이에 관계없이 하루키 소설과 버튼다운 셔츠를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이 지닌 가치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꾸밈없이도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시티보이룩의 핵심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편집숍 '빔즈(BEAMS)'는 직원들에게 옥스포드 셔츠를 유니폼으로 착용하도록 해 시티보이룩을 대유행시켰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직원들의 코디에 착안해 옥스포드 셔츠를 구매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룩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티보이' 스타일은 한국 시장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 편집숍 '빔즈'의 유니폼 (출처: 빔즈 공식 홈페이지)

2022년 한국의 대표 SPA 브랜드 '스파오(SPAO)'는 현대 소비자들의 달라진 취향을 반영해 옥스포드 셔츠를 재해석했다. 편안한 실루엣을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오버핏으로 기획했고, 시티보이룩 입문자들도 부담없이 스타일링 할 수 있도록 S~XXL까지 다양한 사이즈 라인업을 제안했다. 이는 한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전통적인 아이템인 옥스포드 셔츠가 시대에 맞춰 또 한 번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줬다.

2022년 스파오가 선보인 '시티보이 프로젝트'

클래식한 옥스포드 셔츠는 MZ 세대의 잇(it)템으로 재탄생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 옥스포드 셔츠는 앞으로도 시대를 초월하는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