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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쌓는 신발
시간을 쌓는 신발
부츠 :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탄생한 100년 역사 광부의 신발
부츠 :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탄생한 100년 역사 광부의 신발
2025.01.21
2025.01.21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신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낡아간다. 하지만 어떤 신발들은 시간이 쌓인다. 부츠는 신을수록 가죽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생기고, 색도 깊어진다. 수십 년간 전통 방식을 고수해온 신발 장인들은 이런 변화를 '아름다움'이라 부른다.
굿이어웰트(Goodyear Welt) 제법은 신발의 안창과 밑창을 실로 꿰매 견고하게 연결하는 전통적인 제작 방식이다.
이 기법으로 제작된 신발은 밑창 교체가 용이해 수명이 길고, 착용자의 발 모양과 걸음걸이에 따라 자연스러운 경년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특징으로 신발 애호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발 브랜드 레드윙(Red Wing)과 알든(Alden)은 이러한 경년변화의 매력을 온전히 담아낸 제품들을 선보인다.
오늘은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두 브랜드의 이야기를 통해, 부츠가 지닌 특별한 가치를 함께 살펴보자 한다.
광산 노동자를 위해 탄생한
아이언레인저와 120년 역사의 레드윙
찰스 벡맨(Charles Beckman)(좌), 세계대전 당시 미군용 전투화를 공급한 레드윙 포스터(우) ©redwinglondon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레드윙은 노동자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자 탄생했다.
1905년 2월, 찰스 벡맨(Charles Beckman)은 미국 미네소타 레드윙 지역의 14명 사업가들과 함께 레드윙 슈 컴퍼니를 설립했다. 그가 추구한 품질과 장인정신은 브랜드만의 독보적인 가치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레드윙 아이언레인저 ©redwinglondon
레드윙은 굿이어웰트 제법에 더해 트리플 스티치(Triple Stitched) 기법으로 신발의 내구성을 한층 높였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1920년에는 텍사스 유전지대 작업자용 '오일 킹(Oil King)' 부츠를 선보이며 석유·가스 산업 현장에서도 입지를 다졌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는 미군 전투화를 공급하며 명성을 높였다.
1930년대에 탄생한 아이언레인저(Iron Ranger)는 레드윙의 역사를 대표하는 부츠다. 철광석 광부들을 위해 설계된 이 제품은 뛰어난 내구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가장 큰 특징은 부츠 앞코의 토 캡(Toe Cap) 디자인이다. 무거운 물체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이 디자인은, 현대에 이르러 워커부츠의 상징적인 요소가 되었다.
20세기 중반, 레드윙은 작업화를 넘어 패션 브랜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53년 영화 《위험한 질주》(The Wild One)에서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착용한 엔지니어(Engineer) 부츠는 자유와 반항의 상징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부터 전 세계에 알려지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레드윙 엔지니어(Engineer) 부츠를 신은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좌), 엔지니어 부츠(우) © redwinglondon
장인정신으로 빚어내는 미국의 자부심, 알든(Alden)
1884년, 찰스 H. 알든이 매사추세츠주 미들버러에 설립한 알든은 미국 제화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다.
한때 500여 개의 제화 브랜드가 성업했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유일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셸 코도반 가죽이 적용된 D6861HC 점퍼 부츠(Jumper Boot)(좌), 684 풀 스트랩 슬립-온 페니 로퍼(Full Strap Slip-On Penny Loafer)(우) © aldenshop
최고급 드레스 슈즈와 의료용 신발 제작에 주력해온 알든은 최상급 셸 코도반(Shell Cordovan) 가죽과 굿이어웰트 제법을 브랜드의 상징으로 삼았다. 셸 코도반은 말의 엉덩이 윗부분에서 얻는 특별한 가죽이다.
대량 생산이 일반화된 시대에도 알든은 하루 한 켤레씩 제작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500달러(약 72만원)라는 높은 가격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만드는 아름다움, 경년변화의 미학
레드윙과 알든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다. 굿이어웰트 제법으로 제작된 이들의 신발은 오랜 착용을 통해 더욱 깊어지는 가치를 보여준다.
레드윙의 가죽 토 캡과 트리플 스티치, 알든의 셸 코도반 가죽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텍스처는 착용자의 발걸음과 함께 특별한 스타일을 완성한다.
작업화와 의료용 신발이라는 실용적 목적으로 시작한 두 브랜드는 이제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품질을 고집해온 이들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