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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조에서 청바지를 입고 싶다.

나는 욕조에서 청바지를 입고 싶다.

셀비지 진, 66번 국도에서 탄생한 바지

셀비지 진, 66번 국도에서 탄생한 바지

2024.11.18

2024.11.18


 

Editor 배터리(Better Lee)
[잇(it)템 졸업식]
 

한국의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앤더슨벨’이 24FW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리바이스’ 협업 컬렉션을 공개했다.

클래식의 대명사 '리바이스'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전 세계에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150년 전 금광 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는 어떻게 아방가르드의 상징인 런웨이까지 진출하게 된걸까? 오늘은 미국 66번 국도 ‘골드러시’에서 시작된 잇(it)템 청바지의 여정을 소개한다.

66번 국도에서 시작된 셀비지 데님

1849년 중반 미국 서부에 금광이 발견되자, 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광부들이 ‘캘리포니아 드림’을 펼치기 위해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66번 국도로 향했다.


 

※ 1950년,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쉬 (출처: Getty) 

1853년, 골드러시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 광부들을 위한 작업복과 생필품을 판매하던 상인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이곳에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데님브랜드가 된 '리바이스(LEVI'S)'를 탄생시켰다.

20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는 마침내 1873년 청바지 특허를 취득했다. 세계 최초의 청바지, 501의 탄생이었다.


 

※ 리바이스 501 (출처: Levi's) 

스트라우스는 광산에서 금광을 캐는 광부들을 위해 두꺼운 천을 인디고 염료로 염색해 때가 덜 타게 하고, 바지 주머니가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구리 리벳으로 보강했다.

오늘날 청바지 패션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디자인의 청바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빳빳한 청바지를 통칭하는 것으로 많이 쓰이는 ‘셀비지'는 사실 청바지 마감 방식 중 하나를 칭하는 말이다. ‘셀프 엣지(Self-edge)’라는 말에서 유래된 ‘셀비지(Selvedge)'는 당시 원단 가장자리가 닳거나, 올이 풀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고안된 직조 방식이다. 오늘날 프리미엄의 상징이 된 청바지 특유의 빨간색 체인 스티치는 과거 셀비지 원단을 만들었던 구형 방직기의 공정 특성에서 유래됐다.


 

※ 셀비지 원단의 빨간색 스티치 (출처: poszetka.com) 

오늘날에도 일부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들은 구형 방직기로 빨간 체인 스티치를 구현하며, 청바지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간소화된 청바지의 탄생

전쟁은 청바지를 바꿨다. 미국 정부가 군수물자 외 모든 생산 물품을 통제하자 리바이스는 금속, 천, 실이 최소화된 청바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 세계 2차대전 당시 리바이스를 받기 위해 줄선 사람들 (출처: levistrauss.com)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LVC)의 44501 모델은 당시 청바지를 복각해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구리 리벳 2개를 생략했고, 청바지 뒷주머니의 갈매기 모양 스티치를 제거하고, 프린팅으로 대체했다.

전후 제대 군인들은 실용적이고 간소화된 청바지를 일상복으로 받아들였고, 아이비리그 대학교 학생들이 청바지를 입으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재팬, 미국보다 더 미국스러운 청바지

일본 오카야마는 데님 원단의 성지다. 일찍이 목화가 재배되기 좋은 지역으로 ‘가쿠란’으로 불리는 일본 교복 물량 90% 이상을 소화하는 곳이었다.


 

※ 오카야마현의 데님 공방 (출처: 일본관광청) 

1960년대 말, 일본 오카야마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시작됐다. 빈티지 리바이스를 한 땀 한 땀 분해해 완벽하게 복원하는 프로젝트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군이 남기고 간 리바이스 501이 일본 구제시장에서 돌자 청바지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오카야마 데님 공장에서는 구형 방직기인 ‘유니온 스페셜’을 직접 공수해 체인 스티치의 완벽한 재현을 이뤄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데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고, 오늘날 '메이드 인 재팬' 데님은 세계 최고급 데님의 대명사가 되었다.

빅 존, 칸 톤, 에드윈 등 일본에서 태어난 데님 브랜드는 미국보다 더 미국스러운 청바지를 만들어낸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동아시아 소킹 문화의 등장과 확산

빳빳한 청바지는 시간이 흐르며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자연스럽게 변형된다. 리바이스는 이를 두고 “데님을 길들인다”고 표현한다.

'소킹(Soaking)'은 새 청바지를 물에 담가 체형에 맞게 만드는 과정이다. 생지(로우) 데님의 사이즈를 조절하고,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며, 이염을 방지하는 이 과정에서 청바지를 입고 욕조에 들어가는 데님 애호가도 있다. 청바지 두께가 실제 다리 두께보다 좁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 핸드 소킹 방법 (출처: SON OF A STAG 유튜브) 

워셔블 바지로 대중화된 오늘날의 데님

데님 전문가들은 소킹이 원단 본연의 특성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원워시 및 워셔블 청바지가 등장했다.

워셔블 데님은 구매 즉시 착용 가능하며, 세탁기에 돌려도 수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 후아유(WHO.A.U)는 1849년 캘리포니아 개척 정신을 느끼면서, 편리하게 입을 수 있는 ‘DENIM 1849’ 컬렉션을 선보였다.

※ 후아유의 'DENIM 1849' 컬렉션

실용성을 강조하는 워셔블 데님과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셀비지 데님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금광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패션위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기까지 청바지는 150년간 우리 곁에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청바지는 단순한 의복이 아닌, 문화적 아이콘으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에디터 '배터리'가 추천하는 WHO.A.U 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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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로우는 11월 27일 00:00까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