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상세보기
Magazine>
운명을 바꾼 골든타임
운명을 바꾼 골든타임
SOS위고 봉사단, 유성순 매니저님이 만난 한빛이네 이야기
SOS위고 봉사단, 유성순 매니저님이 만난 한빛이네 이야기
2024.06.11
2024.06.11
“목사님… 한빛이 잘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지난 3월 어느 주일 오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배를 마친 목사님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호창 씨(가명)의 문자였죠. ‘아들을 잘 부탁한다. 죄송하다.’라는 간결한 문자에 목사님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어요. 목사님은 서둘러 경찰에 신고하고, 호창 씨에게 무작정 달려갔죠. 호창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 방법은 없었지만, 짚이는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목사님과 경찰의 몇 시간 수색 끝에 한 아파트 앞에서 호창 씨를 발견했어요.
당시 호창 씨는 8층에서 뛰어내려 온몸이 부서진 상태였어요. 응급실로 급히 이송된 호창 씨는 경추와 척추가 부서지고, 간, 비장, 위장 등 장기가 모두 파열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호창 씨는 바로 수술실로 옮겨졌죠.
호창 씨는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떠안게 된 빚과 최근 허리 부상으로 일을 못 해 밀리게 된 월세까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못 이겨 자살 시도를 했던 것이었어요. 위급한 것은 건강만이 아니었어요. 집주인은 당장 나가라며 독촉했고, 호창 씨가 입원하는 동안 아무런 보호 없이 5평 남짓한 집에 홀로 방치될 아들, 한빛이의 상황도 시급했죠. 이대로 집에서 쫓겨나면 둘은 다시 함께 살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아빠, 두 번 다시 나 혼자 두고 떠나지 마요.”
한빛이는 위탁시설에 맡겨져야 했어요. 하지만 위탁시설만큼은 절대 가기 싫다며 버텼죠. 사실 한빛이에게는 깊은 상처가 있었어요. 호창 씨가 아내와 이혼했을 때, 홀로 한빛이를 키울 여력이 되지 않았어요. 결국 한빛이를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죠. 호창 씨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4년, 한빛이는 엄마아빠의 이혼을 받아들일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고아원에 남겨져야 했어요. 호창 씨도 그때의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소한의 치료만 받고 조기 퇴원했죠. 호창 씨가 집으로 돌아온 날, 한빛이는 입을 앙다문 채 한동안 아빠의 옷깃을 놓치 않았어요.
사랑하는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아빠.
저한테 밥을 해주시고 옷도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빨래도 해주시고 거실 청소도 하시고,
장난감도 사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앞으로는 효도해 드릴게요.
아빠, 저를 위해서 간식을 사주시고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커서 아빠를 도와드리고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쉬는 날에는 효도하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제가 꿈을 이루면 제일 먼저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
판사가 되면 올바르게 판단하고
무죄는 무죄, 유죄는 유죄라고 판단하며
늘 아빠를 찾아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22년 5월 2일 월요일
한빛이 올림
한빛이네 상황은 SOS위고 봉사단의 필드매니저, 유성순 매니저님에게 전달됐어요. 식료품과 생필품, 그리고 주거비가 빠르게 지원돼야하는 상황이었죠. 유성순 매니저님은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랜드 복지재단과 연결해 당장 생활에 필요한 긴급 물품을 바로 지원하고, 지역 사례 관리자를 통해 정부로부터 주거 급여와 긴급 생계비를 받을 수 있게 도왔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랑 같이 살 거예요.”
발 빠른 조치 덕분에, 호창 씨와 한빛이는 집에서 쫓겨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어요. 호창 씨와 한빛이는 다시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유성순 매니저님은 SOS위고 봉사단과 지역 지원센터에서 ‘골든타임’을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해요.
위기가정은 조금의 시간만 있다면 스스로 살아갈 힘을 회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많은 위기가정이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죠. 이들이 '다시 회복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것이 골든타임이 중요한 이유예요. SOS위고는 위기가정 발생 시 3일 이내, 호창 씨와 같이 긴급한 상황에는 24시간 이내에 빠른 지원을 하고 있죠.
한빛이네 상황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에요. 생계비와 치료비, 그리고 한빛이의 교육비까지,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많지만 호창 씨는 아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죠. 호창 씨와 한빛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여러분의 기부는 한빛이네 가족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귀중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요.
연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