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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 낳아야 할까요?
이 아이 낳아야 할까요?
먼저 떠난 왕자와 남겨진 다섯 공주 이야기
먼저 떠난 왕자와 남겨진 다섯 공주 이야기
2023.05.09
2023.05.09
Editor's Note
고객의 삶의 품격을 올리고 의미를 풍성하게 하는 것.
그 일에 열정을 쏟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우리는 <모두가 최고를 누리는 세상>을 꿈꿉니다.
즐거움과 감동, 가치를 주는 이야기들을 찾아냅니다.
우리의 진심이 고객에게 닿을 때까지.
어느 날 한 부부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 찾아왔어요. 넷째 아이의 임신 소식이었죠. 기쁨도 잠시였어요. 아이를 갖게 된 지 한 달, 갑작스러운 남편의 시한부 판정을 듣게 되었죠. 이 아이 낳아야 할까요?
Chapter 1
헌신하는 셔터맨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20여년 전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의 성공을 일궈낸 故 고창용 차장이에요. 그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도봉구 내 초교파적 대학생 선교 단체인 ‘사랑마을’이란 봉사 단체를 운영했죠. 그는 늘 자신을 낮추며 묵묵히 남을 도왔어요. 내가 돋보이기 보다 남의 성장과 성공에 더 큰 보람을 느꼈어요. 회사든 교회든 늦은 시간까지 혼자 남아 불을 끄고 문을 닫는 일도 늘 그의 몫이었죠. 덕분에 ‘셔터맨’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어요.
푸마 브랜드로 발령 나기 전 그는 주로 신입사원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했죠. 그는 실천하는 교육자로서 늘 자신의 태도를 먼저 점검하고 교육에 임했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따뜻한 태도로 남을 대하며 잘못된 행동을 교육하지 않도록 주의했죠. 그의 교육방식은 신입사원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죠. 당시 그의 교육을 받았던 신입사원들은 어느덧 이랜드의 임원이 되어있어요. 그의 헌신이 큰 결실을 맺은 거죠.
이후 그는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본부장이 되었어요. 당시 푸마는 부진한 실적으로 독일 본사에서 철수를 고려하는 상황이었죠. 그는 위기의 푸마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되었어요.
그는 직접 발로 뛰어 문제를 해결하려 했어요. 독일 본사를 설득해 한국 철수를 막고 매주 새벽 동대문에 가서 고객과 시장을 살폈어요. 동시에 지쳐있던 직원들을 격려하며 사기를 북돋았죠. 해낼 수 있다 믿고 직접 치열하게 현장을 뛰어다니던 그의 모습에 부정적이던 직원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기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마침내 고창용 차장과 그 동료들은 1년 만에 10배 성장이라는 기적을 이루어 냈어요. 이 결과는 이랜드 스포츠 브랜드 성공 DNA의 밑거름이 되었고, 오늘날 뉴발란스의 놀라운 성공으로 이어졌어요.
Chapter 2
꿈꾸는 남자와 가족들
“첫 만남에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처음이었어요.”
그의 아내 장주연씨가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꺼낸 말이에요. 그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병원과 학교가 합쳐진 시설을 만드는 꿈이 있었어요. 그는 아내와의 첫 만남 자리에서 무려 3시간이 넘도록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의 원대한 꿈과 따뜻한 마음씨 덕에 아내의 마음은 움직이기 시작했죠.
어느덧 두 사람은 예쁜 세 딸들과 함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었어요. 가장 큰 고민이었던 푸마 또한 정상궤도에 올라서며, 가족 모두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레 넷째 아이가 찾아왔어요. 계획에 없던 아이라 부부는 고민이 되었죠. 그러나 두 사람은 그들이 살아온 원칙과 가치관 대로 결정하자 마음 먹었어요. 성경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주신 아이를 소중히 키우기로 했죠.
Chapter 3
이제 얼마 못 산다고요?
넷째 아이를 갖고 한 달 뒤 그의 회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어요. 그가 몸이 안 좋은 것 같다며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다는 직장 동료의 연락이었죠.
가족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검사를 진행했어요. 검사 후 담당 의사는 선뜻 말하길 머뭇거렸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그는 뇌종양으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았어요. 슬퍼할 새도 없이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어요. 급히 수술부터 해야 했죠. 임신한 몸으로 아이 셋을 데리고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도, 수술 일정을 잡는 것도 여간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누구보다 고창용 차장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요.
통원 치료와 함께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수술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는 밤낮으로 고통을 호소했죠. 뇌의 종양을 제거하면서 아내 말고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어요. 넷째 아이의 임신으로 배가 불러오고 아직 돌봄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세 아이들도 돌봐야 했죠. 아내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보며 지혜 주시길 간구했어요.
어느 날, 아내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그의 간병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추운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왔죠. 힘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며 아내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 나무도 봄이 되면 싹이 트고 꽃을 피우는데, 우리 남편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거야”
그때 그녀의 마음 속에서 한 고백이 흘러나왔어요.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나의 아버지이시며, 선한 목자가 되십니다”
아내는 벅찬 마음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어요. 그리고 더 이상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남편과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죠.
Chapter 4
끝나지 않은 꿈
“이랜드가 울타리가 되어 주었어요.”
이랜드는 고창용 차장의 헌신을 잊지 않았어요. 그를 명예사원으로 임명하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월 그의 가정을 경제적으로 지원했어요. 또 명절과 성탄절마다, 또 네 아이들이 수능을 치르는 해마다, 이랜드는 잊지 않고 편지와 선물을 전하며 그의 가족들 곁을 지켰지요.
이랜드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아내는 정성을 다해 네 딸들을 키웠어요. 지금 아이들은 누구보다 밝고 멋진 숙녀들이 되었어요.
얼마 전에는 첫째 은비가 결혼을 했어요. 주례하시던 목사님께서 "이토록 오랜 시간,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남편,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준 이랜드에 가족들을 대신해서 감사를 전해 드린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자리에 함께한 이랜드 동료들과 하객들은 큰 박수로 감사와 감격을 함께 나누었지요.
사람 돕는 것을 좋아했던 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네 딸들이 그대로 이어받았어요.
첫째 은비는 평소 아동 인권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평화학을 전공했어요. 듬직한 전도사님과 결혼하여 두 배로 베풀고 돕는 삶을 시작했어요.
둘째 은송이는 안무가로 일하고 있어요. 유명 합창 경연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10팀 중 한 팀의 안무 감독을 맡기도 했죠. 기독교인을 위한 예술 학교를 세우는 꿈을 갖고 있죠.
셋째 은수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드레스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죠. 첫째 언니의 결혼식에서 연회 때 입은 애프터 드레스를 직접 수선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요.
넷째 은지는 기계공학을 배우고 있어요. 전공을 살려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기술을 연구하는 학회에서 활동 중이죠. 아프리카에 있는 대학교랑 교류를 하며 어려운 학생들의 창업을 도와주고 있다고 해요.
※ 좌측부터 은비, 은송, 은수, 은지
“남편을 세상에서 처음 만났던 그날의 설렘과 기쁨을 이제는 추억의 앨범에 잘 끼워 간직하고 내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장주연, 《상실은 있어도 상처는 없다》, p.289)
고창용 차장은 먼저 천국으로 갔지만 그의 온기는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어요. 그 온기가 사랑하는 다섯 공주와 그가 헌신했던 이랜드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죠.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자신을 희생한 그의 삶이 결국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어요. 한 왕자와 다섯 공주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도 여전히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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